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27일 오후 기자실이 있는 청와대 춘추관을 방문, 이동관 전 대변인(왼쪽)과 배용수 전 춘추관장(오른쪽)의 안내로 기자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재직할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벌어진 분신 사건을 두고 “민주노총이 분신을 시도하면 평생 먹고살 돈을 보장해준다”고 한 극우매체 김아무개 기자의 소송을 이 대변인 산하 언론비서관실이 지원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와 김 기자는 모두 소송 지원 사실을 부인했다.
15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2008. 8. 18 대통령 서면 보고서-김아무개 기자의 광우병 동영상 관련’ 문건을 보면,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 산하 언론1비서관실이 민주노동당·민주노총과 소송 중인 김 기자를 위해 “(변호사 선임 지원 등의) 지원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적혀있다. 아울러 이 보고서에는 △대변인실이 김 기자의 소송과 관련한 사항을 “민정수석실에 기통보”했고 △대변인실 등의 조치 내용이 이 전 대통령에게도 이미 보고된 상태라고 적혀있다. 정부 기조와 동일한 입장에서, 이에 반대하는 집단과 소송 중인 언론인의 사적 송사까지 청와대가 나서 지원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이 작성했다.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이 작성한 보고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조갑제 닷컴’ 등 극우 성향 매체에서 활동한 김 기자는 2008년 6월 한 교회 강연에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운동을 벌이다 분신을 해 숨진 이병렬씨를 두고 “이 사람도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소속”이라며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분신을 시도하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보장해준다” 등의 발언을 했다. 같은 해 7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김 기자가 고인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은 이듬해 1월 김 기자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 각각 1천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기자는 이후 항소와 상고에 나섰지만 모두 법원이 모두 기각하면서 2009년 12월 판결이 확정됐다.
문건을 보면 언론1비서관실은 또 김 기자의 강연 내용이 촛불집회와 광우병 사태의 원인을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의 왜곡보도, 정부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세력의 선동”이라 짚으며, 이를 △인터넷에 전파하고 △국회의원 및 군 등에 관련 자료를 제공·활용하는 방안도 세웠다.
이 후보자와 김 기자는 청와대 대변인실의 소송 지원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이 후보자 쪽은 김 기자 소송 관련 대변인실의 변호사 선임 지원 및 민정수석실 보고 여부를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김 기자는 “청와대로부터 지원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 지인 소개로 무료 변론을 해준다는 변호사를 소개받아 (선임)했다”며 “지인도 (청와대 쪽과) 상관없는 사람이고, 개인적으로 이 후보자를 전혀 알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김 기자의 변호는 박근혜 정부 시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임명된 고영주 변호사가 맡았다.
민 의원은 “자신들과 극우적 성향을 같이하는 언론인의 사적인 송사까지 청와대가 지원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언론 길들이기'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이런 인물이 방통위원장에 오른다면 대한민국 언론사의 최대 오명이자 비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