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2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구 경제인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놓고 여야가 추석 연휴 막바지까지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국민 눈 가리기용”이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이렇게까지 거부할 일인지 의아하다”고 맞받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일 김태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지원활동 뒤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 스스로 예전에 영수회담이라는 건 없다고 해놓고 갑자기 왜 구시대 유물을 들고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 운영과 관련해 여야 대표가 만나 대화하자고 그간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이라며 “엉뚱한 데 가서 엉뚱한 말을 할 게 아니라,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 여야 대표 회담으로 빨리 복귀하는 게 정상적인 수순이고 정치의 원리”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서울중앙지법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민생과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신속하게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영수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자 여당에서는 “당대표 회담에 화답하는 게 순서”라며 반발했다. 김 대표와 이 대표는 지난 5월 양당 대표 티브이(TV) 토론 개최에 합의했지만 유야무야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제안을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가리기 위한 ‘방탄용’으로 보고 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회에 산적한 현안 협의를 위한 여야 대표회담 제안에는 침묵한 채 영수회담만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뜬금포’ 영수회담 제안은 이 대표의 범죄 혐의에 집중된 국민의 눈을 흐리고 여론을 희석시켜보려는 얄팍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호응해야 할 대통령실은 묵묵부답이고 여당이 길길이 날뛰고 있다”고 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지난 1일 “여당은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방탄’ 타령만 되풀이하며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국민의힘의 이런 태도야말로 지금까지 보여준 검찰의 ‘정적 제거용’ 정치탄압 수사와 한통속이었음을 입증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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