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아프리카 대사단 초청 만찬에 참석,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가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외교 예산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맞서다 산회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과도한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고, 여당은 윤 대통령을 적극 엄호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대 정부의 정상외교 예산을 언급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과하다고 했다. 도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 정상외교에 연평균 182억원, 문재인 정부 때 연평균 163억원”이라며 “(현 정부 출범 뒤) 올해 10월까지 지출된 집행금이 651억원이다. 2년간 651억원이면 굉장히 많은 비용이 지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코로나 기간 동안 2년간은 정상외교가 수행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로 많이 들어가는 항공료나 호텔 숙박비 이런 데는 다른 분야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 실제 쓴 비용을 비교하면 5년 전에 비해 두배 가까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세계 무대에서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것을 가리키는 듯 “영업사원이 쓰는 돈이 너무 많다”고 했다.
이러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정상외교가 놀러 가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우리 국회에서도 정상외교에 관해서는 전폭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맞다”며 정부를 감쌌다.
논쟁은 외교부의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 사업 예산으로도 번졌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주한 아프리카 대사단(31개국) 초청 만찬회 중 “아프리카와의 교류 협력을 더욱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존 장관급 포럼을 정상급으로 격상하겠다”며 “이를 위해 2024년에 한국에서 한-아프리카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 명목으로 편성한 내년도 예산은 347억3900만원이다.
이를 두고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몇 개국 초청하고 정상회담이 어느 정도 하는 것인지, 어떤 나라가 왜 가고 왜 필요한지 전혀 모른다”며 장호진 차관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장 차관은 “(정상회의를) 4~5일 정도 하고, 상당수가 항공료다. (아프리카) 50여개국 대상이다”라며 관련 자료를 내겠다고 말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정상외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말 필요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정상외교라는 건 말 그대로 하고 싶어도 능력이 없으면 못 한다”며 “정상외교 성과는 (대통령이) 한번 다녀오실 때마다 엄청난 규모의 수출시장을 개최한다”고 정상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조 의원은 “이게 무슨 얘깁니까! 이게 한 두 번이에요!”라며 큰 소리를 냈다.
이어서 “동료의원이 발언하는데 (끼어드나?)”(송 의원), “말이 맞는 얘기를 해야지”(조 의원), “소리 지르면 되나!”(송 의원) “되나? 말 놨어요?”(조 의원)라며 다툼이 벌어졌다. 조 의원은 송 의원을 향해 “그럼 정부로 가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소란 끝에 이날 소위는 30여분간 정회했다가 속개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입장하지 않았고, 오후 5시55분 산회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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