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를 41차례 양자회담을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 편에서 김건희 여사와 함께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올해 책정된 정상 외교 관련 본예산을 다 쓰고, 이보다 많은 예비비를 추가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긴축 재정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올해 정상 외교 관련 예산은 총 578억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0일 외교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외교부는 지난 8월 기획재정부에 정상외교 관련 예비비를 신청해 9월 329억원의 예비비를 승인받았다. 이는 지난해 관련 예비비 63억원의 5배가 넘는 규모이자, 올해 관련 본예산 249억원보다도 많다.
총 578억원 규모의 정상 외교 관련 예산은 문재인 정부 때와 견줘 2배 이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246억원, 2019년 234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에는 192억4천만원으로 줄었다가, 2021년 192억8천만원, 2022년 261억9천만원으로 늘었다.
윤석열 정부의 예비비 신청 사유는 국외 순방이 주된 원인이었다. 정부는 지난 7월 말까지 아랍에미리트(UAE)와 미국 국빈 방문, 주요 7개국(G7) 회의 참석 등으로 올해 편성된 예산 중 약 87%에 해당하는 215억원을 사용했다. 8월에 열린 아세안(ASEAN)과 주요 20개국(G20) 회의, 9월에 열린 유엔(UN) 총회를 비롯해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등 굵직한 외교행사가 남아있는데도 예산 대부분을 소진한 것이다. 11월과 12월에는 각각 영국과 네덜란드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예비비 항목에는 특수활동비도 포함돼있다. 외교부는 ‘예비비는 사후 승인이 원칙’이라며 정확한 액수를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그동안 세수 부족에 따른 긴축재정을 강조하며 특수활동비 감액을 공언해왔다.
박 의원은 “본예산보다 많은 예비비를 받아 이례적으로 늘릴 만큼 긴급한 외교적 사유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역대급 예산만큼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으로 우리가 얻은 국익은 무엇인지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해외시장 진출과 투자유치가 경제의 동력을 제고하고 국민을 위한 민생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며 “윤 대통령이 민생과 수출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들여 해외 순방 외교를 펼친 결과, 이미 수출과 투자유치 관련 역대 최대 규모의 즉각적인 성과를 달성해 온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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