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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규 내정자 인사청문회서 협공받아
12일 국회에서 열린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는 날선 질문과 꼿꼿한 답변이 오가는 냉랭한 분위기였다. 권 내정자는 ‘경기를 부양하라’는 여당 의원들의 집요한 요구에도 “인위적 경기부양은 없으며, 경제기조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인 강봉균 의원은 “거시정책은 경기가 침체되면 재정을 풀어 자극하고, 과열되면 진정시키는 것으로 그 자체가 인위적”이라며 “인위적 경기부양이 문제가 아니라 무리한 경기부양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 내정자는 “시장에 확장적인 경기운영을 하겠다는 신호를 주는 것은 좋지 않다”며 “5% 수준의 잠재성장률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송영길 열린우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2002년 재경부 차관보 시절에는 분기별로 성장률이 16%가 넘는 내수 과열 상황에서도 ‘속도조절은 적절하지 않고, 내수 중심의 부양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놓고, 지금에 와서는 ‘부양정책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며 “도대체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고 따졌다. 이에 대해 권 내정자는 “상황이 다르다”고 답했다.
권 내정자는 ‘여당 주장대로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를 연말까지 폐지하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민간 차원의 태스크포스에서 폐지 여부를 연말까지 검토해서 내년에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권 내정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문제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거듭되는 질문에 “내각에 정책 결정권을 모두 넘겨준 상태에서, 시중은행 가운데 중간 정도의 규모인 외환은행의 매각 문제는 청와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은 “2003년 국정원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해서는 안 된다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는데, 2004년에 청와대가 폐기를 지시했다”며 “당시 권 내정자가 청와대에서 근무한 만큼, 이를 직접 지시한 것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최 의원은 또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은 감사원 감사에서 ‘외환은행 매각 직전인 2003년 5월 청와대에서 권 내정자를 만나 직접 보고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권 내정자는 “이강원 행장은 청와대에서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외환은행 매각작업이 진행되던 2003년 8월에 권 내정자가 외환은행 파리지점에 개인 명의의 보통예금 통장을 개설하고 2만달러와 1만3천유로를 예치했다며 외환은행 매각과의 관련성을 추궁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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