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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천정배마저 돌아서…노대통령 ‘꼿꼿한 침묵’

등록 2006-10-29 19:00수정 2006-10-30 11:27

천정배 열린우리당 의원이 29일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범위한 세력의 참여를 보장하는 대통합 신당을 추진해야 한다”며 신당 창당의 깃발을 들었다. 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천정배 열린우리당 의원이 29일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범위한 세력의 참여를 보장하는 대통합 신당을 추진해야 한다”며 신당 창당의 깃발을 들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신당론 급물살]…노 대통령에겐 타격
일요일인 29일 오전 10시, 천정배 의원이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 기자실에 나타났다. 결연한 표정이었다. 본래 회견은 9시30분으로 잡혀 있었지만, 기자들의 출근 시간을 고려해 30분 늦췄다. 천 의원의 마음이 그만큼 다급했다는 얘기다. 그가 낸 보도자료의 제목은 ‘민생개혁정치 실현과 정권 재창출을 위한 대장정에 나서겠습니다’였지만, 핵심은 “신당 창당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천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인정했다.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음을 고통스럽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이 침체 상태에 빠져 있고 지도력 부재가 계속되는 동안 중산층의 삶은 여유를 잃었고 더 많은 서민들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렸다.”

천 의원은 신당의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민생개혁, 둘째 광범위한 세력이 참여하는 대통합, 셋째 기득권 포기, 넷째 열린우리당의 정치개혁 성과 계승이다.

지난 13일, 정동영 전 의장은 “열린우리당 창당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고 돈·지역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는 여전히 유효한 가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3일, 김근태 의장은 “민주당의 분당이 여당 비극의 씨앗이 됐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계 재정비는 이뤄져야 하고, 나는 정치적으로 분열 없는 통합신당을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남은 우리당 주역 “신당 추진” 공식 선언

그런가 하면, 김한길 원내대표와 이강래 의원은 ‘통합신당’과 ‘완전 국민경선제’를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결국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 중에서, 노무현 대통령 정도만 빼고 대부분의 중진들이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인정하고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천 의원은 1주일 전에 노 대통령을 만났다. 신당 창당 추진의 구상을 설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동의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마침내 정치적으로 ‘결별’을 한 것이다.

천 의원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초기에 노무현 후보를 ‘외롭게’ 지켰던 사람이다. 그리고 지난 7월까지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천 의원의 신당파 가세는 노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일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 정계개편 논의는 앞으로 정동영-김근태 중심의 ‘통합신당파’와 친노무현 성향인 ‘당사수파’의 맞대결 양상으로 치닫게 될 것 같다. 만남과 이별은 그 자체가 인생이지만,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이기도 하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노 대통령 ‘꼿꼿한 침묵’

신당 창당론이 분출되는 지금 노무현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 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신당 창당론이 분출되는 지금 노무현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 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신당 창당 논의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천정배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한 질문에 “별도로 할 말이 없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그러나 이것이 열린우리당 내부 기류를 방관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대통령은 이 문제에 무관심하지 않다. 기간당원의 한사람으로서 면밀하게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뜻은 1주일 전쯤 천정배 의원과의 만남에서 솔직히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만남에서 노 대통령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권 핵심 인사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천 의원의 ‘통합신당 창당 구상’에 상당히 불쾌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노 대통령은 천 의원 얘기를 듣고, ‘결국 지역주의를 강화하는 민주당과 통합 쪽으로 가겠다는 얘기 아니냐. 천 의원은 천 의원대로 갈 길이 있고, 나는 내 갈 길이 따로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도로 민주당’ 불가 원칙 신당론자들에 배신감

청와대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이 여당 안에서 터져나온 신당 창당론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일단 침묵하고 있지만, 현실 정치상황과 내년 대선을 앞둔 각자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지역주의 색채를 강화하는 신당으로 갈 수밖에 없으리란 강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여당의 몇몇 의원들이 떠든다고 신당 창당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당에선 빨리 가려고 하지만 대통령은 좀더 기다리라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일부에선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이제 와서 먼저 열린우리당을 깨고 나가자고 말하는 데 배신감을 느끼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른 한 핵심 인사는 “(2004년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때) 민주당을 배제하고 열린우리당 창당을 밀어붙였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통합신당을 한다고 외친다”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일단 여당의 신당 창당론이 구체적인 실체를 드러낼 때까지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할 게 분명하다. 여기엔 “신당 창당 구상이 뜻대로 되겠느냐”는 냉소적 전망도 겹쳐 있다. 그러나 ‘반 한나라당 연합’ 형태의 신당, 특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 쪽으로 정계개편 흐름이 분명해질 경우, 노 대통령은 수석당원으로서 분명한 태도를 밝힐 것이란 게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친노 의원들의 일치된 전망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열린우리당 창당주역들의 신당발언
열린우리당 창당주역들의 신당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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