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 직후 국회의장석을 점거한 뒤 ‘헌법파괴 전효숙! 헌재소장 원천무효’라고 쓰인 펼침막을 내건 채 농성에 들어갔다. 이를 비난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한나라당 의원들이 고함을 지르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막는다며 14일 저녁 국회 본회의장 의장 단상을 점거한 채 밤샘농성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은 15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으나 처리 전망은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본회의장 점거 등 실력 저지에 나선 것은 지난 9월8일 이후 이번이 네번째다.
이군현·공성진·박세환·안경률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은 이날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끝나자마자 본회의장 의장 단상을 점거했다. 이들은 ‘헌법파괴 전효숙 헌재소장 원천무효’라고 적힌 펼침막도 내걸었다.
노웅래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는 “한나라당 행동은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폭거”라며 “한나라당은 여소야대 국회인데도 자신들의 입맞에 안 맞으면 표결 자체를 반대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밤 원내 대표단회의와 심야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뒤, “원칙적인 처리방침을 결정했다”고만 밝혔다.
앞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본회의가 진행되면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단상을 점거한 채 몸으로 막으면 임명동의안 표결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임채정 국회의장 쪽도 “물리적 충돌 상황에서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핵심 당직자는 “부동산 문제로 민심이 악화한 상황에서, 인사에 관한 안건을 몸싸움까지 하면서 통과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127석)이 단상 점거를 풀고 표결에 참여하더라도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00% 통과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민주당(12석)이 반대 표결을 한다면 그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열린우리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당 내부의 부정적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139석)과 민주노동당(9석) 의석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지은 황준범 기자 jieuny@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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