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위 왼쪽부터 김종필, 이회창, 박찬종, 홍사덕, 서청원, 최병렬씨
김종필 전 총재 “대선때 나름 역할”
이회창·박찬종·홍사덕·서청원씨 등
집권 가능성 높아지자 활발한 행보
이회창·박찬종·홍사덕·서청원씨 등
집권 가능성 높아지자 활발한 행보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어제의 용사들’이 속속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런 분위기는 여당보다 야당인 한나라당 쪽이 더한데, 이는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김종필(80) 전 자민련 총재는 지난 13일 청구동 자택에서 심대평 국민중심당 공동대표의 방문을 받고 “대선에서 전국을 누비며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권 맹주’를 자처했던 그가 “충청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말한 건 대선 주자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사촌형부이기도 한 그는 이번 대선에선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총재는 지난 2004년 총선에서 패배하자, “노병은 죽진 않지만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라며 43년만에 정계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이회창(71) 전 한나라당 총재는 대선 후보설까지 나온다. 홍문표 한나라당 의원이 그의 정계복귀를 언급한 데 이어, ‘창사랑’ 조춘호 대표는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내년 초쯤 (정계복귀에 대해) 직접 말씀하시지 않을까 예상한다. ‘킹 메이커’가 아니라 직접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 쪽은 대선 출마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를 잘아는 한나라당 인사는 “이 전 총재에게 절대 정치에 복귀해선 안된다고 권했더니 아무 말 없이 그냥 듣고 계시더라”면서 “아직 미련이 남은 듯했다”고 전했다. 이 전 총재는 한국지성인단체총연합회 강연(20일), 연세대 강연(30일), 한나라당 행사인 ‘한나라포럼’ 강연(12월5일) 등 활발한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1992년 대선에 출마했던 박찬종(67) 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도 최근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오찬회동 직후, 공개서한을 통해 “지역갈등 구조를 고착화시킨다”고 김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정계를 떠났다가 대선 때가 되면 돌아오곤 했다. 1997년 대선에선 이인제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해 국민신당을 창당했고, 2002년 대선 직전에는 한나라당에 돌아와 이회창 후보 정치특별자문역을 맡았다.
지난 2004년 3월 탄핵 주도 책임을 지고 당을 떠난 최병렬(68) 전 대표와 홍사덕(63) 전 의원도 움직인다. 재·보궐 선거 때마다 출마가 거론됐던 최 전 대표는 물 밑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도우며 자연스런 정계 복귀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10·26 재·보선에서 경기 광주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홍사덕 전 원내총무는 지난달 31일 국민대 특강을 시작으로 외부 활동에 나섰다. 불법 대선자금 수수로 기소됐다가 복권된 서청원(63) 전 대표는 서울 퇴계로에 개인사무실을 낸 데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재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옛 정치인들의 움직임에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개인 행보를 당이 언급할 수도 없고, 당내에서 이 문제가 거론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대선에서 한발 걸쳤다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다음 총선 공천을 받거나 정부 고위직을 노리려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양쪽 모두 세 확산을 하는 과정에서 ‘잊혀진 인물들’을 다시 정치의 장으로 불러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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