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이 10월26일 경복궁에서 열린 고 최규하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겨냥한 듯”..“정치시계 거꾸로 돌리나” 비판론
현실정치 무대에서 물러났던 김영삼(金泳三.YS)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JP) 전 자민련 총재 등 이른바 '3김(金)'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1960년대 이후 40년 가까이 한국정치의 주역으로 활동해온 3김은 지난 2004년 김종필 전 총재가 총선 비례대표 1번에서 조차 떨어져 정계은퇴를 하면서 공식적으로 정치권 전면에서 사라졌다.
당시 김 전 총재의 은퇴는 98년 김영삼 전 대통령 퇴임, 2003년 김대중 전 대통령 퇴임에 이은 것으로 사실상 `3김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전체가 새판짜기 논의 등 급속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북한 핵실험 등 국가안보의 위기상황이 불어닥쳐 정국의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8순 전후의 `노정객' 3인이 다시 한번 현실정치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는 듯한 아이러니컬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는 인물은 김대중 전 대통령. 그는 지난달 28일 퇴임 8년 만에 고향인 전남 목포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동교동 사저(私邸)에서 전격 회동,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노 대통령과의 회동은 열린우리당내 신당 논의가 불거진 상황에서 이뤄진 만큼 정계개편과 관련된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3김 중 연장자인 DJ의 이런 `왕성한' 활동은 필생의 라이벌인 YS와 JP를 같은 무대로 끌어들이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YS와 JP는 17일 시내 모 호텔에서 만찬회동을 갖는다고 밝혔다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자 16일 돌연 회동을 무기연기했다.
두 김씨측은 당초 북핵문제 등 최근 국가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다고 설명했지만 세간에는 노 대통령과 DJ의 회동에 대한 정치적 반격의 의미를 띤 게 아니냐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노 대통령-DJ 회동을 계기로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힘을 얻어갈 조짐을 보이자 영남과 충청권의 맹주였던 두 사람이 바로 반격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 특히 DJ가 호남방문에서 `무호남 무국가'(無湖南 無國家)'라는 글을 남긴 게 YS와 JP를 자극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김종필(金鍾泌) 전 총재는 16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미대사관 정치팀장 배석하에 오찬회동을 했다며 자신의 언론담당격인 변웅전(邊雄田) 전 의원을 통해 공개, 눈길을 끌었다. JP는 지난달 26일 고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27주기 추도식에 참석, "내년엔 어지러운 일들을 꼼꼼히 청소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지금은 아무 소리도 안 하고 있지만 그런 위인이 출마한다면 한 표라도 더 얻게 뒷받침할 것"이라면서 정치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3김측은 이에 대해 정치적 행보가 아니라 국가원로로서의 관심이나 자문 정도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과거 3김이 지역기반을 토대로 행사해 왔던 한국정치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3김이 영남과 호남, 충청권에 대한 지역적 연고를 바탕으로 한국정치에 계속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연히 지역주의를 부추긴다는 눈총도 섞여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지금 정치권에 변화 가능성이 있어서 3김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도 판단할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이들이 조언 수준을 넘어서 정치의 전면에 나서는 행보를 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정치사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자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3김의 정치적, 지역적 장악력이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약화돼 있고, 시대의 패러다임도 이들이 활동하던 때와는 변화된 만큼 이들의 행보가 만약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더라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추승호 기자 chu@yna.co.kr (서울=연합뉴스)
노 대통령-DJ 회동을 계기로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힘을 얻어갈 조짐을 보이자 영남과 충청권의 맹주였던 두 사람이 바로 반격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 특히 DJ가 호남방문에서 `무호남 무국가'(無湖南 無國家)'라는 글을 남긴 게 YS와 JP를 자극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김종필(金鍾泌) 전 총재는 16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미대사관 정치팀장 배석하에 오찬회동을 했다며 자신의 언론담당격인 변웅전(邊雄田) 전 의원을 통해 공개, 눈길을 끌었다. JP는 지난달 26일 고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27주기 추도식에 참석, "내년엔 어지러운 일들을 꼼꼼히 청소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지금은 아무 소리도 안 하고 있지만 그런 위인이 출마한다면 한 표라도 더 얻게 뒷받침할 것"이라면서 정치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3김측은 이에 대해 정치적 행보가 아니라 국가원로로서의 관심이나 자문 정도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과거 3김이 지역기반을 토대로 행사해 왔던 한국정치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3김이 영남과 호남, 충청권에 대한 지역적 연고를 바탕으로 한국정치에 계속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연히 지역주의를 부추긴다는 눈총도 섞여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지금 정치권에 변화 가능성이 있어서 3김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도 판단할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이들이 조언 수준을 넘어서 정치의 전면에 나서는 행보를 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정치사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자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3김의 정치적, 지역적 장악력이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약화돼 있고, 시대의 패러다임도 이들이 활동하던 때와는 변화된 만큼 이들의 행보가 만약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더라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추승호 기자 chu@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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