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세액공제제도 뒤 모금액 추이
10만원 내면 11만원 공제 개정안에 일부 의원들 “반대” 목소리
18일 결정…5대4 찬반 팽팽
18일 결정…5대4 찬반 팽팽
과도한 특혜인가? 아니면 투명한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인센티브인가?
‘정치 후원금 10만원을 내면 연말정산 때 11만원을 돌려받는’ 불합리한 정치자금 세액공제제도를 고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제도의 모순점이 분명한 만큼, 지난 8월 재정경제부가 내년부터는 기부금을 낸 만큼만 돌려받도록 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을 때만해도 별 이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주 국회 재경위 조세법안 소위에서 열린우리당 채수찬 의원이 “현행 공제제도가 정치자금 투명화에 큰 도움이 된다”며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동안 여론의 눈치를 보며 침묵하던 일부 의원들도 채 의원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한겨레>가 조세법안 소위 소속 의원 9명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4명이 “제도를 좀 더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밝혔다. 채수찬 의원은 “낸 만큼만 돌려주면 후원금을 낼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낸 돈 보다 더 받는 돈은 보조금으로 주는 셈 치면 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과 한나라당 윤건영·최경환 의원도 “채 의원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임태희·원희룡 의원은 “아무리 정치자금 모금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현 제도는 기형적이기 때문에 당연히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문석호·이목희 의원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법 개정에 ‘원칙적’으로 찬성했다. 찬반이 5대 4로 팽팽하다.
현행 정치자금 세액공제제도는 지난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 때 도입됐다. 국회의원이나 정당에 직접 후원금을 내거나 선거관리위원회에 정치자금을 기탁하면 납세자 1명당 10만원 한도에서 세액공제를 해준다. 특히 납세자가 정치자금 10만원을 낼 경우 소득세 공제(10만원)와 함께 소득세에 따라 붙는 주민세 1만원까지(소득세액의 10%) 감면받는다. 신용카드로 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까지 적용돼 환급받는 세금이 더 늘어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연말정산을 앞두고 정치자금 소액 기부가 일종의 ‘세테크’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처럼 낸 돈보다 돌려받는 세금이 더 많아지는 일이 벌어지자,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국고를 축내는 과도한 특혜”라며 제도 개선을 주장해 왔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이웃돕기 성금이나 시민단체 후원금은 부분적인 소득공제만 해준다”며 “10만원 내고 10만원 돌려받도록 한 재경부의 개정안도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선거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이 정도 인센티브도 주지 않으면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모으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치자금의 선관위 기탁 현황을 보면, 2003년 250만원에서 제도 도입 첫해인 2004년 1억5천만원으로 늘었고, 2005년 20억3천만원, 올해는 30억원을 넘는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회의원들로서는 제도의 불합리성을 알더라도 포기하기 아까울 수밖에 없다.
조세법안 심사 소위는 18일 회의를 열어 정치자금 세액공제제도 개정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소위 위원장인 문석호 의원은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게 사실이지만, 합의해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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