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7일 새벽 본회의를 열어, 176조8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고 폐회했다. 사진은 예산안 처리를 위해 26일 밤늦게 소집된 국회 본회의 모습. 연합뉴스
여당 의원들, 법안 내용 모른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부결 이어
박계동의원 ‘퇴짜 수정안’ 또 제출
삭감액 정해놓고 숫자맞추기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부결 이어
박계동의원 ‘퇴짜 수정안’ 또 제출
삭감액 정해놓고 숫자맞추기도
“한심하다, 한심해!”
26일 밤 11시50분,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을 지키던 경위들의 입에서 이런 탄식이 흘러나왔다.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려고 이날 밤 10시반께 올해 마지막 본회의를 열었으나, 삭감안을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느라 이 시각까지도 ‘계산’을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차수 변경까지 해가며 27일 새벽 4시가 돼서야 정부안보다 1조3555억원이 순삭감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올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는 예산 부수법안을 부결시키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고’를 일으키는 등 여야 의원들의 이해하기 힘든 행태가 유난히 돋보였다.
지난 22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수정안을 발의해 파행의 단초를 제공했던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도 같은 취지의 수정안을 또 내놓았다. 하지만 이 안은 이미 재경위에서 부결됐던 법안일 뿐 아니라, 택시의 엘피지 가스에 대해서만 특소세를 폐지할 경우 부작용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오던 터였다. 같은 가스에 택시용과 비택시용의 두 가지 가격이 매겨지면 ‘부정’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 그 대신 특소세의 85%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한나라당이 22일에 이어 이날도 이 법안 찬성 당론을 정한 데 대해 열린우리당 원내 관계자가 “정치쇼”라고 비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재경위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김태년 정청래) 또는 기권(김낙순 김형주 문학진 서갑원 전병헌 최규성)해 22일 예산안 처리를 무산시켰던 여당 의원 8명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치적 영향력이 큰 택시기사들이 강하게 원한다”(최규성 의원) “서민의 상징인데 해줘야 한다”(정청래 의원) “2년 전에도 이 문제로 택시 쪽한테 욕을 많이 먹었다”(김낙순 의원) “택시업에 대한 근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정부에 대한 경고차원이었다”(전병헌 의원)며 대체로 택시기사들을 의식한 표결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자신들이 애초 무산시켰던 법안에 택시에 혜택을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사실은 모르는 듯했다.
이 법 106조의 4에는 올 연말로 끝나는 일반택시 운송사업자에 대한 부가세 50% 경감 혜택을 2008년 말까지 연장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쏟아지는 눈총을 느꼈는지 김태년 의원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것 같아 며칠간 반성 많이 했다”고 했다. 한편,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꼼꼼히 따져 목적과 규모가 적절한지 판단하는 게 아니라, 여야의 이해관계에 따라 삭감규모를 미리 정해놓고 숫자만 끼워맞추는 관행은 올해도 계속됐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남북협력기금, 일자리 창출 예산 삭감 규모를 놓고 밤 늦도록 공방을 벌이다 밤 늦게야 1조3500억원 순삭감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규모에 맞춰 세부항목을 조정하느라,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는 27일 새벽 2시가 다 돼서야 예산안을 확정했다. 조혜정 이지은 김태규 기자 zesty@hani.co.kr
쏟아지는 눈총을 느꼈는지 김태년 의원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것 같아 며칠간 반성 많이 했다”고 했다. 한편,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꼼꼼히 따져 목적과 규모가 적절한지 판단하는 게 아니라, 여야의 이해관계에 따라 삭감규모를 미리 정해놓고 숫자만 끼워맞추는 관행은 올해도 계속됐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남북협력기금, 일자리 창출 예산 삭감 규모를 놓고 밤 늦도록 공방을 벌이다 밤 늦게야 1조3500억원 순삭감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규모에 맞춰 세부항목을 조정하느라,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는 27일 새벽 2시가 다 돼서야 예산안을 확정했다. 조혜정 이지은 김태규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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