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중간지대 의원들 ‘당혹’

노대통령 비판하며 일부는 “정·김도 문제”
명분세우기 다툼 당분간 지속 전망

열린우리당의 ‘중간 지대’에 있는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 사이의 가시 돋친 공방을 어떻게 볼까? 대통령도, 두 전직 의장도 모두 대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어 지켜보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당 안에선 우선 노 대통령이 대통합을 강조하면서 당 사수 의지를 천명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통합을 추진하는 데는 그런 식의 인식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대통합신당은 2·14 전당대회에서 결정한 사안인데, 열린우리당에 애정을 가진 분이 당원의 결정 사항을 비판하는 것은 어색하다”고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민병두 의원도 “대통령은 대통합을 지지한다면서 실질적으로는 당 사수를 얘기하고 있는데, 이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더욱이 2·14 전당대회의 대통합 정신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마치 깨끗한 정치나 지역주의 타파와 거리가 먼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최재성 의원은 양쪽 모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최 의원은 “질서 있는 통합을 위해 단결해야 할 판에 이렇게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것은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구체적으로는 “정·김 두 전직 의장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대통령과 친노 직계는 말·글과 다른 실질적인 정치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양쪽의 충돌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병두 의원은 “정·김 전 의장 등 통합파가 (대통령에 맞서) 연합전선을 형성하게 되면 통합론자와 (친노 직계 중심의) 고립파가 대대적인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겉모양은 비노와 친노의 대립이지만, 내용은 통합과 고립의 싸움이라는 분석이다. 우상호 의원의 예측도 다르지 않다. 그는 “결국은 양쪽 모두 명분 싸움에 들어간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은 당대로 대통합을 추진하는 여러 방법을 점검하면서 가고, 대통령과 일부 (친노 직계) 의원들은 ‘이런 식으로 대통합이 되겠느냐’며 명분을 뺏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른 휴전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강희철 김태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