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러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김근태·정동영 갈등 격화
노 대통령 ‘정치인의 좌절’ 글
노무현 대통령은 7일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이란 글을 통해 열린우리당 해체론 등 최근 정치상황에 대한 심경을 속속들이 밝혔다.
창당 주역 탈당은 ‘꼼수정치?’
열린우리당이 와해 직전 상황이다. 대선 주자 한 사람은 당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한 사람은 당의 경선 참여를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말하는 통합신당은 무슨 당인가? 당신들이 하는 대로 하면 통합신당이 되기는 하는 것인가? 2003년 11월 당신들은 많은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창당선언문을 낭독했다. 그 선언문에는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국민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는 말이 다섯번씩이나 나온다. 과연 당신들이 선언문을 낭독한 사람 맞나?
내가 보기엔 구태정치로 보인다. 당신들이 청산을 약속했던 그 구태정치의 고질병이 다시 도진 것이다. 당이 어려우면 당을 살리려 노력하는 게 당원, 국민에 대한 도리다. 노력할 가치도 없다면 그냥 당을 나가면 될 일이다. 그러면 끝까지 창당정신을 살리고 싶은 사람들이라도 남아서 노력이라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당 해체는 희생양 만들려는 알리바이
대선에서는 당과 후보의 가치와 노선이 분명해야 한다. 설사 가치와 노선이 맞아 통합신당을 하더라도 당을 가지고 통합하는 것이지 당을 먼저 해산하고 통합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동서고금에 그런 통합을 본 일이 없다.
당을 해체하자는 것은, 희생양 하나 십자가에 못박아 놓고 ‘나는 모른다’고 알리바이를 만들어 보자는 것 아니냐. 스스로를,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정말 당을 해체해야 할 정도로 잘못됐다면 깨끗하게 정치를 그만두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당 사수, 영남신당하자는 것 아니다 나는 열린우리당의 당명이나 형식을 고집하고 이대로 사수하자는 게 아니다. 열린우리당을 통째로 이끌고 지역주의 정치에 투항하자는 게 아니라면 대통령이 걸림돌이 될 일은 없다. 어떤 사람은 ‘대통령이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총선에 영남신당 만들려 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모함이다. 정치인 노무현이 살아온 정치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모함은 그만두길 바란다. 호남-충청이 연합하면 이길 수 있다는 지역주의 연합론은 환상이다. 창당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도로 가는 것이 사는 길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김근태·정동영 반박 “대통령때문에 창당정신 실패”
김근태·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7일 <청와대브리핑> 글을 강하게 반박했다. 김 전 의장은 “아무리 미워도 말은 가려서 하라”고 맞받았고, 정동영 전 의장은 “무의미한 ‘사수론’을 주장할 때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노 대통령이 창당 정신 부정
(김근태) “창당 정신은 실종됐다.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제1원칙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거부, 한-미 자유무역협정 졸속 타결을 주도했던 대통령에 의해 부정됐다. 남북 화해·협력이라는 2원칙은 대북송금 특검을 도입해 좌초됐고,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통합이라는 3원칙은 대연정 제안으로 스스로 동력을 잃었다. 스스로 원칙과 명분을 파기하고, 이제 허울뿐인 우리당을 사수하자고 하는 것이 가장 무원칙하고 명분없는 일이다.”
(정동영) “친노파가 원칙을 이야기하는데 과연 무엇이 원칙인가. 친노의 4대 무원칙이 있다. 첫째는 편가르기이고, 둘째는 정책의 무원칙, 셋째는 2·14 전당대회 위장합의, 넷째는 대연정 제안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은 민주화의 역사적 정통성이라는 기반 위에서, 탈지역주의·반특권·반부패 가치를 평가받고 선택받은 역사다. 그 역사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통합이 원칙과 대안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5c왜 통합신당을 추진하나
(김근태) “열린우리당의 훼손된 창당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새로운 틀과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 열린우리당이라는 외양과 형식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길, 남북 화해와 협력의 길,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통합을 위한 새로운 길을 가자는 것이다.”
(정동영) “2·14 전당대회에서 대통합신당과 열린우리당의 해산을 결정했는데, 최근 일각에서 합의를 깨고 대선을 포기하려는 듯한 패배주의적 발언을 보면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정치도 아니고 인간사 도의도 아니다. 우리가 견지해야 할 원칙은 열린우리당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다.”
“대통령은 선거 불개입해야”
(김근태) “대통령은 정치인 노무현 자격으로 오늘 한 말씀 했다. ‘구태정치’ ‘잔꾀’ 등 특유의 독설로 현 상황을 진단했다. 우리 국민은 품격 있는 정치, 품격 있는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한다.”
(정동영) “대통령은 선거 불개입이 대원칙이고, 법 정신도 현직 대통령의 엄정 중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당을 해체하자는 것은, 희생양 하나 십자가에 못박아 놓고 ‘나는 모른다’고 알리바이를 만들어 보자는 것 아니냐. 스스로를,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정말 당을 해체해야 할 정도로 잘못됐다면 깨끗하게 정치를 그만두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당 사수, 영남신당하자는 것 아니다 나는 열린우리당의 당명이나 형식을 고집하고 이대로 사수하자는 게 아니다. 열린우리당을 통째로 이끌고 지역주의 정치에 투항하자는 게 아니라면 대통령이 걸림돌이 될 일은 없다. 어떤 사람은 ‘대통령이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총선에 영남신당 만들려 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모함이다. 정치인 노무현이 살아온 정치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모함은 그만두길 바란다. 호남-충청이 연합하면 이길 수 있다는 지역주의 연합론은 환상이다. 창당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도로 가는 것이 사는 길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김근태·정동영 반박 “대통령때문에 창당정신 실패”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새마을중앙회를 방문해 중앙회 간부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지난 4일 경부운하건설제안 검증토론회가 열린 국회도서관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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