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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다 어그러져…기가 막힌다” 박근혜 분노

등록 2007-05-09 17:03수정 2007-05-10 01:49

“특정주자 봐주기, 민주주의 기본 깨졌다”
중재안 봉쇄·지도부 총사퇴 밀어붙일 듯
“다 어그러졌는데 …, 기가 막힌다.”

박근혜 전 대표는 9일 오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중재안을 받아들일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이없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충청포럼 초청강연을 위해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였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는, 당 지도부와 이명박 전 시장 쪽에 대한 강한 불만과 불신이 묻어나는 표현이었다.

박 전 대표는 대전으로 가기 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 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해서도 “어제 말한 원칙에서 변한 것이 없다”고 측근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는 대전 특강에서 자신이 당 대표 시절 ‘천막당사’를 이끌 때를 언급하며 “어떻게 일으켜 세운 정당인데 …, 이렇게 신뢰를 잃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신이 일으켜 세운 당에서, 자신이 만든 ‘경선 규칙’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고쳐지는 데 대한 분노가 담긴 듯하다.

박 전 대표는 강 대표의 중재안 내용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만큼 놀라움은 더 컸다. 그는 최근 여러 차례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재섭 대표를 압박했다. 지난 6일엔 “나는 세 번이나 양보했다. 자꾸 원칙을 바꾸고 제도를 바꾸면 문제가 많다”고 했고, 8일엔 “원칙을 걸레처럼 만들어놓으면 누가 그것을 지키겠느냐”라고까지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이런 발언은 강 대표에게 ‘원칙’을 지키면서 흔들리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자신의 요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실망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유난히 자신이 세운 ‘원칙’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변에선 말한다. 그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에게 집단지도체제 등 정당 개혁을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탈당을 감행하는 강단을 보였다. 그때 당내에선 설마 탈당까지 하겠느냐는 관측이 많았지만, 그는 “(이회창 총재와의 만남이) 더이상 의미가 없다”며 깨끗이 탈당했다. 한번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결코 물러서지 않는 그의 정치 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준 경우였다.

중재안 거부시, 박근혜 전 대표의 선택
중재안 거부시, 박근혜 전 대표의 선택

박 전 대표가 처한 현재의 상황이 2002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박 전 대표로서는 강재섭 대표 중재안이 개인적 신념으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특강에서 “결국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보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것 아니냐. 사회지도층이 반칙이나 부패를 일삼으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재안=반칙, 부패’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일면을 내비친 셈이다. 박 전 대표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이번 사태를 이해득실의 차원이 아닌,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보통선거의 원칙을 깨고 당헌을 바꾸려는 것으로 보고 분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의 박 전 대표 캠프 사무실은 하루종일 격앙된 분위기였다. 캠프 내부에선 “지금의 당 지도부로는 안 된다”,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해 가야 한다”는 등의 말이 오갔다. 박 전 대표가 과연 어떻게 어디까지 ‘칼’을 빼들지가 관심이지만, 이번에도 박 전 대표가 먼저 굽힐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당분간 박근혜식 밀어붙이기가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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