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 한승헌 / 문국현
중량급 인사들 하나같이 ‘손사래’
백낙청씨 대표 자리 거절…문국현씨도 독자행보
‘도로 열린당’ 논란에 “선뜻 발 담글 확신 못준탓” 다음달 5일 창당을 앞둔 범여권 통합신당이 새 인물 모셔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도로 열린우리당’ 논란을 최대한 불식하기 위해서다. 새 인물 영입을 위한 노력은 여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신당의 창당준비위 결성식이 열린 지난 24일 낮, 백낙청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를 만나 당 대표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백낙청 대표는 8·15범민족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완곡한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당에서는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한승헌 전 감사원장의 이름도 신당 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오충일 신당 상임창당준비위원장은 2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분들을 모시려고 접촉을 하고 있는데, ‘저런 사람이 정치를 했으면 참 좋겠다’ 싶은 분들은 정작 정치를 멀리 하려고 해서 걱정”이라며 “시민단체 쪽 인사들은 중립으로, 깨끗하게 살겠다는 분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참신한 얼굴 모시기가 예상보다 힘들다는 것이다. 신당 창당준비위의 또다른 핵심 인사는 “신당 대표를 맡을 만한 인사, 시민사회 운동가들, 교수·변호사 같은 전문가, 이렇게 3개 그룹으로 나눠서 사람을 찾아보고 일부 접촉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태다. 게다가 신당 참여가 유력해 보이던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현재로서는 신당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면서 당분간 독자세력화로 나갈 뜻임을 내비치고 있다. 새 인물 영입이 지지부진한 데는 신당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당 발기인으로 참여한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신당의 진로, 성공 가능성에 대해 아직도 긴가민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과거 재야 운동권의 명망가들이 몇 차례에 걸쳐 평화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등에 합류하고 난 뒤 이제는 남아 있는 인사들이 많지 않다는 점도 한 이유로 지적된다.
대선 국면이라서 당보다 대선주자 캠프를 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오충일 위원장은 “막상 알아보니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 중에 각 대선주자 캠프에 가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며 “그런 분들이 신당으로 와야 하는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도로 열린우리당’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신당은 앞으로 책임 있는 자리를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동등하게 나눠갖는 ‘공동운영’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광주시당 창당준비위원장에 재야 출신인 박경린씨(전 민주평화통일 여성부의장)를 선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