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가 ‘좋은 사람들’ 공장에서 북쪽 노동자들과 함께 재봉 일을 해보고 있다. 개성/국회사진기자단
정동영 대북정책 ‘평화경제론’ 발표
정동영 대통합 민주신당(통합신당) 후보가 17일 발표한 대북 정책의 핵심은 ‘평화경제론’이다. 바꿔 말하면, “평화가 돈이다”라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평화로 경제 협력의 기반을 닦고, 경제 협력으로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정 후보는 이날 개성공단을 방문해 “개성공단은 냉전세력의 중단 요구에도, 한반도 평화경제시대의 가능성으로 우뚝 섰다. 개성에서 한국 중소기업을 살리고 남북 동반성장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대북경협이 남쪽 중소기업도 살린다” 내세워
‘이명박 대운하공약’ 맞설 ‘대륙철도 연결’ 구상
재원조달 논란…“자기 브랜드 없다” 평가도
정 후보는 개성공단과 같은 적극적인 대북 경협을 통해 북한 개혁·개방을 지원하면서, 북핵 문제는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대로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 수교 등과 병행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지점에서 ‘선 핵폐기 후 대북 지원’이라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북 정책과 차이가 드러난다.
정 후보는 ‘평화경제 3대 사업’으로 서해평화경제지대, 제2·제3의 개성공단 설립,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등을 공약했다. 대륙철도 연결 구상도 내놓았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되거나 추가로 논의하기로 한 내용들이다. 정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당장 2008년 제주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이를 현실화하겠다고 공약한다. 그가 10·4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대한 국회 동의 절차를 밟자고 제안한 것도, 이 합의를 계승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정 후보 쪽은 대북 경협을 통해 남쪽 경제의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한계에 이른 남쪽의 중소기업들을 서해평화경제지대 등으로 진출시켜 경쟁력을 갖추게 하고, 남쪽은 중견기업과 대기업들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고, 한반도 평화 체제에 대한 논의가 임박한 상황에서는 정 후보의 대북정책 구상이 타당하다는 게 정 후보 쪽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 후보가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을 너무 낙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체로 후보의 경험이 반영돼 있고, 잘 구성된 공약”이라며 “그러나 만약 북핵 문제의 해결에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예상되는 재원 조달 문제에 대해, 정 후보 쪽은 “국민 부담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정 후보의 외교안보 자문역인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재정 투자는 매년 남북협력기금 1조3천억원이면 충분하고, 초기 재정투자로 민간 투자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정 후보가 대북 정책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구별되는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한다. 이에 대해 정 후보 쪽은 “정 후보는 9·19 베이징 공동선언을 끌어내고, 설계도 상태의 개성공단을 시공 상태로 바꿔낸 당사자다. 단순 계승자가 아니라 주도적 계승자”라고 반박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다른 후보들 대북정책은? 문국현 남-북-러 묶어 환동해경협벨트
이인제 개성·해주·강화에 경제자유지대
권영길 2013년에 2체제 2정부 통일국가
문국현·이인제·권영길 후보의 대북 정책은 관점이나 해결 방안에 있어 사뭇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다. 문 후보는 ‘환동해경제협력벨트’를, 이 후보는 ‘생산적 햇볕정책’을, 권 후보는 ‘코리아연방공화국’을 대북정책의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문 후보 대북 정책의 핵심은, 남북 평화체제가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 문 후보는 남-북-러시아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환동해경제협력벨트’로 남-북-러를 하나로 묶어 상승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문 후보는 이를 위해 △2012년 아-태경제협력체(아펙)회의가 열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개발 △청진~블라디보스토크 전력망 구축 △환동해 경제협력을 뒷받침할 북방경제안보협력포럼 결성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인제 후보의 ‘생산적 햇볕정책’은 북한의 무너진 경제기반을 살려내 남북간 경제 격차를 줄여, 안정적인 통일로 가자는 구상이다. 그는 이를 위해 개성-해주-강화도 일대에 ‘평화경제 해상공동특구’를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남과 북 어느 쪽도 간섭하지 않는 공동의 경제자유 지대를 만들어, 이곳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득을 북한의 경제부흥에 쓰게 하자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지만, ‘정경분리’ 원칙은 지키며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권 후보는 “평화는 대세, 이제는 통일”이라며 유난히 통일을 강조하고 있다. 통일이 평화의 결과가 아니라 평화를 향한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북-미 관계의 빠른 정상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남북이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코리아연방공화국’ 구상에 따라 2013년에 1국가 2체제 2정부의 통일국가가 완성되면,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된다고 보고 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이명박 대운하공약’ 맞설 ‘대륙철도 연결’ 구상
재원조달 논란…“자기 브랜드 없다” 평가도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대북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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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개성·해주·강화에 경제자유지대
권영길 2013년에 2체제 2정부 통일국가
문국현·이인제·권영길 후보의 대북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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