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의 신발전체제론 / 정동영후보의 차별없는 성장론
이-정, 지식인포럼서 경제관 맞대결
이 “규제풀어 투자 확대”- 정 “성장·분배 함께”
금산분리 원칙, 이 “철폐해야”- 정 “분리해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와 정동영 대통합 민주신당 대통령후보가 각각의 경제정책 기조를 ‘신발전 체제’와 ‘차별 없는 성장론’으로 요약했다. 두 후보는 18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 주최 세계지식포럼에서 나란히 연설하며 맞대결을 펼쳤다. ■ 성장과 분배=두 후보는 모두 ‘성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성장’에, 정 후보는 ‘분배’에 좀더 무게중심을 뒀다. 먼저 연단에 오른 이 후보는 “2008년 ‘신발전 체제’를 통해 세계 일류국가의 비전을 실현해야 한다”며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친시장, 친경제 지도자가 나와 파란불이 켜져야 투자자들은 움직이기 시작한다”며 구체적인 경제정책으로 △노사관계 안정 △감세 △선진국 수준 규제개혁 등을 제시했다. 이 후보의 경제정책 기조는 규제완화와 감세를 통한 ‘투자심리 회복’에 1차 초점이 맞춰진다. 그래서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지면, ‘일자리 창출-내수회복-양극화 해소’ 등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때 투자의 시발점이 ‘대기업’이라는 점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이 후보는 정 후보가 자신의 정책을 ‘정글 자본주의’라고 지칭한 것을 의식한 듯 “성장과 복지를 대립적으로 보는 것은 낡은 생각”이라며 “양극화 문제는 복지 정책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도 이날 ‘규제완화’ ‘대기업 투자’ ‘성장’ 등 이 후보가 쓰는 단어를 똑같이 썼다. 그러나 정 후보는 ‘형평성’ ‘균형’ ‘분배’도 동시에 강조한 점이 다르다. 참여정부의 경제운용기조를 상당 부분 승계하려는 것으로도 비치고,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정 후보는 “이 후보는 20 대 80 사회를 지향하는 ‘나쁜 성장론자’이지만 나는 약자를 보호하는 ‘좋은 성장론자’”라며 “대기업-중소기업, 수출-내수산업, 정규직-비정규직이 함께 성장하는 차별 없는 성장”을 이야기했다. 정 후보는 특히 ‘중소기업 강국’을 강조했다. 이 후보의 중소기업 정책이 대기업 투자를 통한 중소기업 활성화라는 순차적·간접적 방식이라면, 정 후보는 동시다발적·직접적이라는 점이 다르다.
■ 금산분리 원칙=총론에서 대동소이한 두 후보의 경제정책 기조가 각론에서 가장 분명하게 갈리는 부분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를 금지한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견해였다. 이 후보는 이날 “우리나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 너무 경직적인 ‘금산분리 원칙’을 갖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산업자본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유럽의 예를 들며, 감독기관의 ‘엄격한 (은행 소유) 적격성 검사’를 통과할 수 있다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원천봉쇄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대기업 등 산업자본은 은행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고, 특히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4%로 제한해 놓았다.
이에 비해 정 후보는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공정경쟁의 질서를 지켜내는 것이 ‘정통 시장경제’라며 ‘금산분리 원칙’ 고수를 강조했다. 정 후보는 그 이유로, 세계적인 금융강국인 영국과 미국이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점과, 불과 10년 전에 재벌이 종금사를 소유해 사금고화함으로써 외환위기의 발단이 되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후보의 정책방향에 대해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경제자유를 강조하는 보수적·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양극화에 대한 고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했고, 정 후보의 정책방향에 대해선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금산분리 원칙, 이 “철폐해야”- 정 “분리해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와 정동영 대통합 민주신당 대통령후보가 각각의 경제정책 기조를 ‘신발전 체제’와 ‘차별 없는 성장론’으로 요약했다. 두 후보는 18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 주최 세계지식포럼에서 나란히 연설하며 맞대결을 펼쳤다. ■ 성장과 분배=두 후보는 모두 ‘성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성장’에, 정 후보는 ‘분배’에 좀더 무게중심을 뒀다. 먼저 연단에 오른 이 후보는 “2008년 ‘신발전 체제’를 통해 세계 일류국가의 비전을 실현해야 한다”며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친시장, 친경제 지도자가 나와 파란불이 켜져야 투자자들은 움직이기 시작한다”며 구체적인 경제정책으로 △노사관계 안정 △감세 △선진국 수준 규제개혁 등을 제시했다. 이 후보의 경제정책 기조는 규제완화와 감세를 통한 ‘투자심리 회복’에 1차 초점이 맞춰진다. 그래서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지면, ‘일자리 창출-내수회복-양극화 해소’ 등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때 투자의 시발점이 ‘대기업’이라는 점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이 후보는 정 후보가 자신의 정책을 ‘정글 자본주의’라고 지칭한 것을 의식한 듯 “성장과 복지를 대립적으로 보는 것은 낡은 생각”이라며 “양극화 문제는 복지 정책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오른쪽)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행사장에서 후보로 선출된 뒤 처음으로 만나 짧은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이에 비해 정 후보는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공정경쟁의 질서를 지켜내는 것이 ‘정통 시장경제’라며 ‘금산분리 원칙’ 고수를 강조했다. 정 후보는 그 이유로, 세계적인 금융강국인 영국과 미국이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점과, 불과 10년 전에 재벌이 종금사를 소유해 사금고화함으로써 외환위기의 발단이 되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후보의 정책방향에 대해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경제자유를 강조하는 보수적·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양극화에 대한 고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했고, 정 후보의 정책방향에 대해선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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