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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DJ, 정동영에 ‘힘 실어주기’

등록 2007-10-19 20:15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왼쪽)가 19일 오전 서울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왼쪽)가 19일 오전 서울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예방받고 “운명 걸어라” “성공하라” 격려
후보단일화 염두 문국현 쪽과도 긴밀 연락
박지원, 신당 선거기획단 고문 요청 고사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가 19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자택을 방문했다. 당선 인사가 명목이지만 ‘적통 인정’이 필요한 정 후보와 ‘훈수 정치’를 마다하지 않는 김 전 대통령으로서는 서로가 절실한 순간이었다. 특히 이날 두 사람은 따로 20여분 동안 밀담을 나눠 관심을 끌었다.

김 전 대통령은 정 후보에게 “소신이 있으면 운명을 걸어라”, “성공하라”고 말하는 등 통상적인 덕담을 넘어서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경선 승복이 이뤄진 점에 대해 “불과 몇 달 전까지 사분오열됐던 현실을 생각하면, 후보들의 연설과 경선 승복이야말로 50년 민주세력의 저력을 보여준 상징적 자세”라고 평가했다. 분열됐던 세력들이 정 후보를 중심으로 단결하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젊은 의원들이 대선은 안돼도 나만 당선된다는 사고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못 받는다. 국민들이 대선에서 당이나 후보를 보고 찍는 게 아니라, 그 의원만 보고도 찍을 수 있도록 지역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배주의에 빠져있는 통합신당 의원들을 향해 분발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경선기간 동안 동교동계 주요 인사들은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세 경선후보들을 만나 “판을 깨서는 안된다”며 화합과 단결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선 이후에도 당내 주요 인사들과 접촉면적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불발로 끝나기는 했지만, 김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여겨지는 박지원 비서실장이 통합신당 선거기획단 명예고문을 맡기로 했던 점도 눈길을 끈다. 통합신당은 박 비서실장이 명예고문을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박 실장이 이를 부인해 ‘없던 일’로 됐다. 박 실장의 고사는, 통합신당 선대위 참여가 ‘동교동이 너무 깊숙히 선거운동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대통령의 최대 목표는 궁극적으로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라고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동교동계의 주요 인사들이 단일화 한축인 문국현 후보 쪽과도 긴밀하게 연락하는 기류가 포착되는 점은 이를 시사한다. 최근 동교동계의 핵심 인사는 “통합신당 의원들을 영입하는데 주력하면 문 후보의 이미지가 기성정치인들과 똑같아진다”며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 지지층의 복원이 시급한 정 후보로서도 김 전 대통령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 후보의 이런 ‘호남 공들이기’가 거꾸로 정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경선에서 2등으로 출발한 정 후보가 역전을 위해 호남표 결집에 공을 들였다”며 “경선에서는 유효했을지 모르지만 본선에서는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후보 쪽의 민병두 의원은 “정 후보의 지지율이 호남에서 가장 높지만, 그 다음 높은 곳이 부산·경남이라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며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을 공고히 하면서 영남, 수도권으로 단계적 확장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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