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가 5일 경기 시흥시 정왕동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기술혁신파크에서 인삼 인공배양 실험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정동영 후보 ‘대입폐지’ 교육공약
본고사·논술 폐지하고 선진국처럼 내신으로 선발
상위권 대학 반발, 학부모 의구심 ‘넘어야 할 산’ 정동영 통합신당 대통령후보가 내놓은 교육공약은 ‘대학입시 폐지’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입시공부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학부모·학생들의 목소리와, 그러려면 ‘입시에서 대학 진학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러 교육단체들의 주장을 상당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약 실현에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돼 현실성에 의구심도 제기된다. 정 후보는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을 고교 졸업 자격고사로 바꾸고, 논술 같은 대학별 시험을 치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신 대학들이 학업 성적, 개성·특기, 봉사활동 같은 다양한 전형요소들로 신입생을 뽑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대부분 나라의 방식과 비슷하다. 공약대로라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적성과 특기에 따라 다양한 봉사·체험·교육 활동을 하고 이에 바탕해 자신이 바라는 대학에 지원하면 된다. 김성천 좋은교사운동 정책실장은 “객관성·공정성만 따져 학생들을 줄세우는 방식에서, 교육적 타당성을 통해 학생을 뽑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대학과 사회가 수용하려면 지난한 협의가 불가피하다. 대학 선발의 공정성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 정도부터 변수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성적 말고 다른 자료들로 뽑은 뒤 학부모에게 소송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말했다. 때문에 다양한 전형요소를 살펴 선발하려면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입학사정관제의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처럼 완강한 대학 서열체제 아래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이른바 ‘신입생 성적 상위권’ 대학들이 쉽게 수용할 것 같지 않다. 내신을 중시하자는 ‘2008학년도 입시안’에도 이들 대학은 내신 불신을 드러내며 논술이나 수능의 비중을 높이는 행태를 보였다. 무엇보다 입시 중심인 현행 중·고교 교육방식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 교사가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을 실질적으로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교육과정이 일률적이고 경직되게 운영된다면, 대학들은 학생 선발 근거를 교과성적에서 찾으려 할 공산이 크다. 박범이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학생에게 다양한 체험·봉사·교육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면, 교사가 온전히 교육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영어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교를 졸업하면 외국인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을 이루고, 대학 입시도 영어 말하기 위주로 바꾸겠다고 한다. 하지만 초등 3학년부터 영어교육이 시작되면서 초등 사교육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점, 대입에서 영어 말하기 평가를 하면 또다른 사교육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애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공약 실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부 내용이 부족하고, 대학 서열구조 해소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빠졌다”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상위권 대학 반발, 학부모 의구심 ‘넘어야 할 산’ 정동영 통합신당 대통령후보가 내놓은 교육공약은 ‘대학입시 폐지’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입시공부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학부모·학생들의 목소리와, 그러려면 ‘입시에서 대학 진학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러 교육단체들의 주장을 상당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약 실현에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돼 현실성에 의구심도 제기된다. 정 후보는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을 고교 졸업 자격고사로 바꾸고, 논술 같은 대학별 시험을 치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신 대학들이 학업 성적, 개성·특기, 봉사활동 같은 다양한 전형요소들로 신입생을 뽑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대부분 나라의 방식과 비슷하다. 공약대로라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적성과 특기에 따라 다양한 봉사·체험·교육 활동을 하고 이에 바탕해 자신이 바라는 대학에 지원하면 된다. 김성천 좋은교사운동 정책실장은 “객관성·공정성만 따져 학생들을 줄세우는 방식에서, 교육적 타당성을 통해 학생을 뽑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대학과 사회가 수용하려면 지난한 협의가 불가피하다. 대학 선발의 공정성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 정도부터 변수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성적 말고 다른 자료들로 뽑은 뒤 학부모에게 소송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말했다. 때문에 다양한 전형요소를 살펴 선발하려면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입학사정관제의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처럼 완강한 대학 서열체제 아래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이른바 ‘신입생 성적 상위권’ 대학들이 쉽게 수용할 것 같지 않다. 내신을 중시하자는 ‘2008학년도 입시안’에도 이들 대학은 내신 불신을 드러내며 논술이나 수능의 비중을 높이는 행태를 보였다. 무엇보다 입시 중심인 현행 중·고교 교육방식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 교사가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을 실질적으로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교육과정이 일률적이고 경직되게 운영된다면, 대학들은 학생 선발 근거를 교과성적에서 찾으려 할 공산이 크다. 박범이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학생에게 다양한 체험·봉사·교육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면, 교사가 온전히 교육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영어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교를 졸업하면 외국인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을 이루고, 대학 입시도 영어 말하기 위주로 바꾸겠다고 한다. 하지만 초등 3학년부터 영어교육이 시작되면서 초등 사교육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점, 대입에서 영어 말하기 평가를 하면 또다른 사교육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애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공약 실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부 내용이 부족하고, 대학 서열구조 해소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빠졌다”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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