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이회창 후보. 2002년 충북 체육관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이회창 후보. 한겨레 자료사진
이회창 출마시 상당수 인사들 집결 가능성 높아
일부 반대세력 속 박근혜 지원여부가 최대 관건
“김경준 귀국으로 이명박 안 되면 지지할 수도” 7일 세번째 대선 도전에 나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앞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현재 20% 안팎의 무시 못할 지지율을 과시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적통성을 지닌 이명박 후보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걸 피하려면 박근혜 전 대표 등 보수 진영의 지지를 끌어모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와의 전면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보수 대표주자 대결 불가피= 이 전 총재는 출마선언에서 보수대연합의 기치를 들고 세 불리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일단 무소속으로 출마를 해야 할 처지인 그로서는 보수세력을 얼마나 끌어모을 수 있느냐가 성패를 결정지을 최대 관건인 까닭이다.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통령후보나 정근모 참주인연합 대통령후보 등과 같은 이들이 이미 이 전 총재에게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보수 대표주자’를 놓고 겨루는 제로섬 게임은 피할 수 없다. 이 전 총재는 그동안 출마 명분으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의 상대적으로 유연한 대북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해 왔다.
이 때문에 이 전 총재는 이 후보와의 차별화를 위해 출마 선언 때부터 강한 보수색채를 강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등 대북·안보·외교 쪽에서 거침없는 보수 주장을 펼쳐 자신이야말로 정통 보수임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후보지만 이념에선 유연함을 보인 이 후보와는 반대로, 믿음직한 ‘원조 보수’를 자처해 ‘보수 분열’ 비난을 정면돌파하려 할 것이란 뜻이다.
■ 박근혜에게 쏠리는 눈= 이 전 총재 성패의 관건은 결국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 성사 여부에 달렸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전 총재의 이흥주 특보도 “실질적으로 그 부분(박 전 대표의 협조)이 중요하다”며 “이 전 총재도 이를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에게 보수의 정통성을 인증해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지난 경선에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주류인 영남 보수층의 강한 지지를 받았다. 현재 이 전 총재의 지지층은 영남, 50대 이상, 저소득층으로 박 전 대표 지지층과 많이 겹친다. 박 전 대표의 지지를 얻는다면, 이 전 총재는 ‘수구보수’ 이미지를 다소나마 희석시키면서 동시에 경선 불참 비난도 상쇄할 수 있다.
[현장] 출마 하루 전, 이 전총재 집 주변 ‘찬반 세력’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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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박 전 대표의 협조를 얻으면 선거전에서 필요한 조직을 단번에 얻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전 총재가 박 전 대표에게 당권과 차기 대선에 대한 모든 보장을 제안할 것이란 이야기가 돈다.
박 전 대표의 협조를 얻기는 난망하다는 관측이 유력한 것이 사실이다. 박 전 대표가 스스로 언급한 원칙을 깨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한 측근 의원은 “스스로 ‘어떻게 만든 당’이냐고 주인을 자부하는 박 전 대표가 당이 선택한 이명박 후보를 저버릴 명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측근도 “대국민 정치를 지향하는 사람이 자신을 통째로 걸고 모험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비비케이(BBK) 대표 김경준씨의 귀국 등으로 이명박으론 도저히 안 된다는 상황이 닥치면 정권교체를 위해 이 전 총재의 지지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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