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9일 낮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사회원로간담회를 열고, 함세웅 신부(왼쪽 두번째)·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왼쪽 네번째) 등 민주화운동 원로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 “부진해서 송구합니다.”
“부진해서 송구합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후보는 9일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김병상 신부 등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재야 원로 30여명과의 오찬 자리에서 고개를 숙였다. 어느 때보다 착잡한 표정이었다. 그는 “정동영이가 부진한 바람에 수구보수 세력이 강성해진 결과를 제공했다. 더 성심껏 잘해야 하는데 자괴감이 있다”며 몸을 낮췄다.
정 후보는 “12월 선거는 단순히 개인 후보나 특정 정당의 실패를 넘어, 역사의 후퇴냐 전진이냐를 결정짓는 분수령”이라며 “많이 모자라고 내세울 것도 없지만, 바윗덩어리 같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에 어르신들과 함께 해서 김대중 후보가 승리했고, 5년 전에는 노무현 후보가 함께 해서 승리했다“며 “어떻게 승리했는지를 왕왕 잊었다. 그 점을 뼈아프게 반성하면서 항상 그 정신으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함께 간 김근태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어르신들을 보면서 고향에 돌아온 느낌도 들지만, 솔직히 말해 돌아온 탕자의 심정”이라며 “염치없고 죄송하지만 지난 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용기를 불어 넣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함세웅 신부는 “70년대 명동성당에 찾아와 ‘신앙인들도 독재 시대의 불의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던 대학생 정동영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 2007년 대선에서 민주와 자유를 숭배하고,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터놔야 한다”고 말했다. 몇몇 원로들은 “범여권이 너무 비비케이(BBK)에 기대하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모순을 타파하기 위한 열정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며 쓴소리를 내놓았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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