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창당 10주년 기념식이 열린 21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강재섭 대표(왼쪽)와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맨 왼쪽은 이명박 후보.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측근들 “이명박 지원 회피 뜻”-“아니다” 갈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1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창당 10돌 기념식에 불참했다. 탄핵 역풍을 맞은 한나라당을 구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그의 불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박 전 대표 쪽은 일단 “선약이 있었다”며 확대 해석에 손사래쳤다.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경선 이후에는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자제한다는 게 박 전 대표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자문교수들과의 모임 등을 빼곤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또다른 측근 의원은 “선거운동에 들어가면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의 유세를 도울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측근들의 견해는 다르다. 불참은 사실상의 이 후보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란 것이다. 지난 경선 때 박 전 대표를 도운 한 참모는 “박 전 대표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며 “비비케이 사건 수사 등 여러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널린 가운데 굳이 공개 행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민감한 시기에 견해를 밝히는 부담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 후보를 적극 지원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측근은 “정당의 원칙으론 경선 승복이 당연하지만 이렇게 많은 의혹과 거짓이 터져나오는 이 후보를 지원한다는 게 과연 자신이 말해온 바른 정치란 대원칙에 맞는 것인지 박 전 대표가 깊은 회의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박 전 대표가 지원 유세를 하더라도 이 후보와 동행하지 않은 채 동선을 달리해 ‘정권교체’란 원론적인 주장만 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후보 쪽은 적잖이 야속해하는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아직도 당의 대선후보인 이명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비비케이(BBK) 사건 관련 검찰 수사를 기다리겠다는 것인지 솔직히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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