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외부인사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선승복’ 뜻 오해 우려
동행유세 가능성은 낮아
이쪽 ‘반색’…창쪽 ‘실망’
동행유세 가능성은 낮아
이쪽 ‘반색’…창쪽 ‘실망’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지원유세 문제를 두고 장고를 거듭했던 박근혜 전 대표가 오는 30일부터 이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다.
박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어제(25일) 이 후보와 통화한 뒤 유세계획을 잡아보라는 말씀이 있었다”며 “이에 따라 오늘 당에 30일부터 지원유세에 참여하겠다고 알렸다”고 말했다. 그는 “유세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전날 이 후보가 전화를 걸어 유세 지원을 부탁하자 “후보 승복연설 뒤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 약속한 대로 당원으로서 의무와 도리는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측근 의원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큰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없는 만큼, 한나라당의 정권교체에 참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측근은 “아직 변수가 많다. 좀더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초반 유세지원을 망설이던 박 전 대표가 30일로 날짜를 정한 것은 더 시간을 끌면 득될 게 없다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참모는 “사실 박 전 대표는 지금도 유세 참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 시간을 끌면 경선 승복이란 원칙에 어긋나게 되고 괜한 오해를 살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측근들은 “비비케이 수사 발표 예정일인 12월5일 전엔 지원유세에 나서야 오해를 피할 수 있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유세 방식에 모인다. 초점은 이명박 후보와 함께 유세를 벌일지 여부다. 측근들은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와 동행해 유세를 펼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한다. 한 참모는 “이 후보 쪽은 대구, 충청, 서울 청계천 등 다섯 곳 정도를 함께 방문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재로선 박 전 대표가 먼저 지역구가 있는 대구를 따로 방문해 유세를 시작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며 “같이 움직이는 것은 박 전 대표가 썩 내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와 당은 들뜬 표정이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파주의 1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본인(박 전 대표)이 원칙적으로 다 (지원유세를) 하기로 말하지 않았느냐, 당연하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회창 후보 쪽은 실망한 기색이다. 이회창 후보는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가)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박 전 대표도 얼굴만 바꾸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진정 나라를 살리는 정권교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