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의 연설 특징
대중연설 스타일
이 “믿습니까” 자주 반복 / 문국현, 논리적 설득 중시
정 대화형으로 변화 검토 / 권영길, 설득+선동 혼합형
창 ‘겸손한 정치인’ 강조 / 이인제, 언어 절제력 돋봬 선거운동의 8할은 대중연설이다. 결국은 ‘나를 뽑아달라’는 얘기지만, 후보들마다 고유한 색깔을 뿜어낸다. 웅변형의 정통 스타일로 치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후보가 첫손에 꼽힌다. 부패 대 반부패, 수구세력 대 평화세력의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내세우며, 청중의 감정을 고조시킨다.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김창남 교수는 “말소리의 높낮이, 장단의 구사를 통해 절정을 향해 끌고 가는 테크닉을 갖추고 있지만 자칫하면 자신의 장점보다는 상대방을 헐뜯는 네거티브형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 후보 선대위 내부에서도 ‘야당 투사형’ 인상을 벗어나 대화형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갑자기 ‘투구 폼’을 바꾸면 유권자들에게 어색하게 비친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를 풀어가는 설명형이다. ‘나는 서울시 빚 다 갚았다→나라 살림도 잘할 수 있다’, ‘청계천사업에서 보듯 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대통령 되면 경제살린다는 약속을 꼭 지킨다’는 식의 화법이다. 김해수 선대위 비서실부실장은 “옛날처럼 소리지르고 동원해서 하는 유세가 아니라, 이명박만이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교회 설교에 익숙해서인지, 이 후보의 유세장엔 부흥회 분위기도 감돈다. 허공에 손가락을 이곳저곳 찌르면서 “저를 믿습니까?”, “(앞쪽을 가리키며) 여기도 믿습니까? (뒤쪽을 가리키며) 저기도 믿습니까?”를 5분 가량되는 짧은 연설에서도 여러번 반복한다. 과거에 ‘무미건조한’ 연설 스타일로 이름났던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이번엔 돈없는 후보, 국민 앞에 머리 숙이는 겸손한 정치인을 내세우며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청중의 연민과 동정에 기대, ‘원칙을 벗어난 출마’라는 비판을 희석시키려는 것이다. 여유도 생겼다. 그는 지난 27일 가락시장 유세 시작에 앞서 “유세 차량의 사진을 보니 굉장히 미남인데 실물은 그보다 못해 미안하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정치 신인’인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정치인들의 웅변형 유세가 몸에 맞지 않아, 조근조근 논리를 펴며 청중을 설득하는 쪽으로 방향을 맞췄다. 야외 유세에선 좀더 박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설득형과 선동형이 혼합된 유형이다. 체제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할 때는 논리적 어법의 설득형에 가깝지만, 보수세력 심판을 강조할 때는 진보정당 특유의 선동적 기질로 목소리를 높인다. 젊은 시절에 웅변을 했다는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언어의 절제력, 논리적인 전개가 돋보인다. 하지만 빼어난 연설 기법이 경선 불복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정 대화형으로 변화 검토 / 권영길, 설득+선동 혼합형
창 ‘겸손한 정치인’ 강조 / 이인제, 언어 절제력 돋봬 선거운동의 8할은 대중연설이다. 결국은 ‘나를 뽑아달라’는 얘기지만, 후보들마다 고유한 색깔을 뿜어낸다. 웅변형의 정통 스타일로 치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후보가 첫손에 꼽힌다. 부패 대 반부패, 수구세력 대 평화세력의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내세우며, 청중의 감정을 고조시킨다.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김창남 교수는 “말소리의 높낮이, 장단의 구사를 통해 절정을 향해 끌고 가는 테크닉을 갖추고 있지만 자칫하면 자신의 장점보다는 상대방을 헐뜯는 네거티브형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 후보 선대위 내부에서도 ‘야당 투사형’ 인상을 벗어나 대화형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갑자기 ‘투구 폼’을 바꾸면 유권자들에게 어색하게 비친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를 풀어가는 설명형이다. ‘나는 서울시 빚 다 갚았다→나라 살림도 잘할 수 있다’, ‘청계천사업에서 보듯 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대통령 되면 경제살린다는 약속을 꼭 지킨다’는 식의 화법이다. 김해수 선대위 비서실부실장은 “옛날처럼 소리지르고 동원해서 하는 유세가 아니라, 이명박만이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교회 설교에 익숙해서인지, 이 후보의 유세장엔 부흥회 분위기도 감돈다. 허공에 손가락을 이곳저곳 찌르면서 “저를 믿습니까?”, “(앞쪽을 가리키며) 여기도 믿습니까? (뒤쪽을 가리키며) 저기도 믿습니까?”를 5분 가량되는 짧은 연설에서도 여러번 반복한다. 과거에 ‘무미건조한’ 연설 스타일로 이름났던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이번엔 돈없는 후보, 국민 앞에 머리 숙이는 겸손한 정치인을 내세우며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청중의 연민과 동정에 기대, ‘원칙을 벗어난 출마’라는 비판을 희석시키려는 것이다. 여유도 생겼다. 그는 지난 27일 가락시장 유세 시작에 앞서 “유세 차량의 사진을 보니 굉장히 미남인데 실물은 그보다 못해 미안하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정치 신인’인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정치인들의 웅변형 유세가 몸에 맞지 않아, 조근조근 논리를 펴며 청중을 설득하는 쪽으로 방향을 맞췄다. 야외 유세에선 좀더 박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설득형과 선동형이 혼합된 유형이다. 체제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할 때는 논리적 어법의 설득형에 가깝지만, 보수세력 심판을 강조할 때는 진보정당 특유의 선동적 기질로 목소리를 높인다. 젊은 시절에 웅변을 했다는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언어의 절제력, 논리적인 전개가 돋보인다. 하지만 빼어난 연설 기법이 경선 불복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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