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선제 이후 단일화
심리적 기대감이 ‘+α’ 범여권 결집계기 될듯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1987년 대선부터 후보 단일화는 이른바 ‘민주개혁 진영’에겐 중요한 화두였다. 김대중-김영삼 ‘양김’이 분열했던 87년,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는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가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게 공을 들여 ‘디제이피(DJP) 연합’을 성사시킨 97년에야 가능했다. 2002년에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였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올해 대선에서도 단일화의 ‘위력’이 발휘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대선의 경우 정동영-문국현 단일화가 승리의 ‘보증수표’가 되지는 못할 것으로 많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그러나 일정한 상승효과가 나타나면서 대선을 확실한 ‘3자 구도’로 재편할 가능성은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독주,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약진을 맥없이 지켜봐야 했던 범여권에 선거운동의 강력한 추동력은 생기는 셈이다. 부동층이나 이명박 후보 지지로 가 있던 개혁 성향 표가 돌아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정치컨설팅사 ‘폴컴’의 윤경주 대표는 “그동안 민주개혁 세력은 이번 대선에서 승리의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희망을 얻은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사람의 지지층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은 단일화로 인한 상승효과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정 후보가 호남 등 전통적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반면, 문 후보는 수도권 30~40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정 후보는 수도권에서, 문 후보는 호남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단일화를 통해 상호 보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수도권 30~40대 표를 한데 모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그러나 지지층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지지율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학)는 “조사를 해보면 문 후보 지지자 가운데 정 후보로 단일화가 됐을 때 정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은 3분의 1 정도”라며 “후보 단일화로 ‘플러스 알파’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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