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풍경
정동영 ‘네거티브 전략’
이명박 ‘청년백수·못난엄마’
이회창 ‘돈 부족해 생략’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텔레비전 찬조연설자로 나선 ‘자갈치 아지매’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번 대선에서도 각 후보 진영은 ‘서민’ 찬조연설자 찾기에 골몰했다. 하지만 비비케이(BBK) 사건 등을 둘러싼 공방이 험악해지면서 올해 대선에서는 솔직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서민 찬조연설자가 설 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게 중평이다. 이번 대선의 텔레비전 찬조연설자 중 단연 화제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지원연설을 한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였다. 정 후보 쪽은 검찰의 비비케이 수사결과 발표 뒤 ‘비비케이 총력전’을 펼치면서, 출연 예정이던 서민층 연설원들을 빼고 이명박 후보에게서 비비케이 명함을 받았다고 주장한 이장춘 전 대사를 긴급 투입했다. 지난 13일 방영된 이 전 대사의 찬조연설이 서울에서 14%의 기록적인 시청률을 보이자, 정 후보 쪽은 17일 다시 이 전 대사를 투입하기로 했다. 정 후보 선대위의 김병규 찬조연설실장은 “이 전 대사는 철저한 보수주의자이면서도 이명박 후보의 정직성을 문제삼아, 찬조연설 동영상이 널리 퍼지는 등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서민 찬조연설자들을 내세우는 정공법을 구사했다. 관심을 끈 이는 ‘청년 백수’ 이영민씨와 ‘못난 엄마’ 박정순씨였다. 부산 사투리로 “살려주이소”라고 절규한 이씨는 연설 도중 몇 차례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100만명이 넘는 청년실업자를 만들어낸 현 정부에 대해 격한 표현을 써가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청년실업의 문제가 얼마나 처참한지 보여주려는 의도였지만, 너무 ‘신파적’이라는 비난도 많았다. 대통합민주신당 쪽에선 “청년실업의 근원인 국제통화기금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이 한나라당인데 무슨 말이냐”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반면, 공부 잘하는 딸이 가정형편 때문에 외국어고등학교를 포기하고 실업계 고교에 진학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박정순씨의 이야기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이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돈이 부족해 텔레비전 찬조연설을 하지 않았다. 이회창 후보 쪽은 “20분짜리 찬조연설 1회당 1억~4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후보 본인의 연설만 네차례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캠프에서 ‘자갈치 아지매’로 대박을 터뜨렸고 이번에는 이명박 후보의 연설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정수씨는 “비등비등한 맞수들이 진검승부를 펼치는 선거가 되어야 찬조연설에도 국민들의 관심이 쏠린다”며 “다른 후보들이 일찍이 선두로 나선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이를 뛰어넘어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메시지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이명박 ‘청년백수·못난엄마’
이회창 ‘돈 부족해 생략’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텔레비전 찬조연설자로 나선 ‘자갈치 아지매’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번 대선에서도 각 후보 진영은 ‘서민’ 찬조연설자 찾기에 골몰했다. 하지만 비비케이(BBK) 사건 등을 둘러싼 공방이 험악해지면서 올해 대선에서는 솔직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서민 찬조연설자가 설 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게 중평이다. 이번 대선의 텔레비전 찬조연설자 중 단연 화제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지원연설을 한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였다. 정 후보 쪽은 검찰의 비비케이 수사결과 발표 뒤 ‘비비케이 총력전’을 펼치면서, 출연 예정이던 서민층 연설원들을 빼고 이명박 후보에게서 비비케이 명함을 받았다고 주장한 이장춘 전 대사를 긴급 투입했다. 지난 13일 방영된 이 전 대사의 찬조연설이 서울에서 14%의 기록적인 시청률을 보이자, 정 후보 쪽은 17일 다시 이 전 대사를 투입하기로 했다. 정 후보 선대위의 김병규 찬조연설실장은 “이 전 대사는 철저한 보수주의자이면서도 이명박 후보의 정직성을 문제삼아, 찬조연설 동영상이 널리 퍼지는 등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서민 찬조연설자들을 내세우는 정공법을 구사했다. 관심을 끈 이는 ‘청년 백수’ 이영민씨와 ‘못난 엄마’ 박정순씨였다. 부산 사투리로 “살려주이소”라고 절규한 이씨는 연설 도중 몇 차례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100만명이 넘는 청년실업자를 만들어낸 현 정부에 대해 격한 표현을 써가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청년실업의 문제가 얼마나 처참한지 보여주려는 의도였지만, 너무 ‘신파적’이라는 비난도 많았다. 대통합민주신당 쪽에선 “청년실업의 근원인 국제통화기금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이 한나라당인데 무슨 말이냐”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반면, 공부 잘하는 딸이 가정형편 때문에 외국어고등학교를 포기하고 실업계 고교에 진학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박정순씨의 이야기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이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돈이 부족해 텔레비전 찬조연설을 하지 않았다. 이회창 후보 쪽은 “20분짜리 찬조연설 1회당 1억~4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후보 본인의 연설만 네차례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캠프에서 ‘자갈치 아지매’로 대박을 터뜨렸고 이번에는 이명박 후보의 연설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정수씨는 “비등비등한 맞수들이 진검승부를 펼치는 선거가 되어야 찬조연설에도 국민들의 관심이 쏠린다”며 “다른 후보들이 일찍이 선두로 나선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이를 뛰어넘어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메시지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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