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입국한 이재오 전 의원이 29일 저녁 서울 은평구 구산동 자신의 집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전 수행비서만 마중…“현실정치는 현역에 맡길것”
한나라 ‘친이’ 이상득-이재오-정두언 삼각체제 될듯
한나라 ‘친이’ 이상득-이재오-정두언 삼각체제 될듯
이재오 한나라당 전 의원이 ‘조용히’ 돌아왔다. 이명박 정부의 ‘개국 공신’이면서도 지난해 총선 공천 갈등으로 박근혜계의 공적으로 꼽히며, 도망치듯 미국으로 떠난 지 열 달 만이다. 이 전 의원은 29일 “당분간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둘 것”이라며 낮은 행보를 강조했다. 그러나 돌아온 ‘권력’을 맞이하게 된 여권의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 ‘비밀 귀국’ 조용한 행보 암시? 이 전 의원은 지난 28일 밤 10시30분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귀국했다. 공항엔 전 수행 비서만 나갔다. 이 전 의원은 곧바로 고향인 경북 영양으로 내려가 하룻밤을 묵은 뒤 이튿날인 29일 선산에 참배하고, 생전에 자신과 민주화 운동 인연이 있는 김수환 추기경의 용인 묘역에 참배했다.
그는 이날 서울 구산동 자택으로 돌아온 뒤 기자들과 만나 “당분간 국회나 당, 청와대 등 현실 정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실 정치는 현역 의원들이 잘하면 되고, 나는 한국의 미래와 세계적 위상 등에 대한 강연을 하거나 책 집필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당분간’이 언제까지냐”는 질문에 “미국에서 해 왔던 일이 정리될 때까지 당분간 현실 정치와 거리 두겠다는 거니까 당분간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끝나고 현실 정치 해야 할 여건이 온다면, 나라 어렵고 할 일 많으니 거기에 대해서 해야지”라고 말했다.
■ 당내 권력구도 재편되나 이 전 의원의 귀국으로 한나라당의 친이 그룹은 ‘이상득-이재오-정두언’ 삼각 체제로의 재편을 맞이하게 됐다. 특히 ‘형님’ 이상득 의원과의 관계 설정이 관심사다. 이 전 의원이 친이 그룹의 새 구심점으로 자리할 경우 그동안 ‘막후 실력자’를 자임해 온 이상득 의원과의 구실 중복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가 첫번째 충돌 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도 이 의원이 ‘박희태 대표-홍준표 원내대표’ 체제를 구상한 반면, 이 전 의원은 ‘안상수 대표-정의화 원내대표’를 따로 추진하면서 둘 사이의 앙금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이상득 의원은 지난해 총선 때도 이 전 의원이 공천을 막으려 했다고 생각한다”며 “오해를 풀 기회가 없어 아직도 어정쩡한 사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의 당내 위상을 고려할 때 당분간 전략적으로 제휴할 가능성이 높다. 한 친이 직계 의원은 “이 의원은 권력 분산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이 전 의원으로 인해 당내 갈등 구조가 심화되는 것을 경계했던 것”이라며 “이 전 의원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 의원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예의 주시” 긴장 속 친박 이 전 의원의 귀국에 관해 박근혜계는 겉으론 아예 언급을 피하거나 “뭐가 대수냐?”는 반응이다. 박 전 대표 진영에선 10월 재보선을 노리며 당내 협력이 절실한 이 전 의원이 그전에 박 전 대표 쪽과 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지 않고, 굳이 이 전 의원과 맞서봤자 그의 정치적 입지만 높여 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체급도 맞지 않는 이 전 의원과 맞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계심까지 늦춘 것은 아니다. 이 전 의원이 자신들에게 가장 ‘매파’였던 탓이다. 친박의 다른 초선 의원은 “예전처럼 박 전 대표 진영의 숨통을 죄는 행보를 할지 당을 분열시키는 행위를 할지 의구심을 갖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혜정 성연철 기자 idun@hani.co.kr
한나라당 예상 역학구도
■ “예의 주시” 긴장 속 친박 이 전 의원의 귀국에 관해 박근혜계는 겉으론 아예 언급을 피하거나 “뭐가 대수냐?”는 반응이다. 박 전 대표 진영에선 10월 재보선을 노리며 당내 협력이 절실한 이 전 의원이 그전에 박 전 대표 쪽과 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지 않고, 굳이 이 전 의원과 맞서봤자 그의 정치적 입지만 높여 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체급도 맞지 않는 이 전 의원과 맞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계심까지 늦춘 것은 아니다. 이 전 의원이 자신들에게 가장 ‘매파’였던 탓이다. 친박의 다른 초선 의원은 “예전처럼 박 전 대표 진영의 숨통을 죄는 행보를 할지 당을 분열시키는 행위를 할지 의구심을 갖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혜정 성연철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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