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거듭 밝힌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려고 본청 계단을 오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세종시 강공발언 왜?
‘충청 민심따라 태도 변화’ 저울질에 쐐기
‘여론호도’ 정면 반격…절충안에도 선그어
‘충청 민심따라 태도 변화’ 저울질에 쐐기
‘여론호도’ 정면 반격…절충안에도 선그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18일 오지 않는 애인과의 약속을 지키려다 결국 물에 빠져 죽은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고사를 언급하며, “미생은 진정성이 있어 사람들의 귀감이 됐다”고 해석했다.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손가락질하는 ‘미생’이 되더라도 세종시 원안을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정몽준 대표가 세종시 원안 찬성을 미생의 어리석음에 빗댄 것에 대한 반격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비굴하게 입장을 바꿔 국민과의 약속과 신뢰를 깨는 길을 택하지 않겠다”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가 이날 정 대표 책임론을 거론하며 거듭 원안 사수 의지를 밝힌 것은 당 한쪽에서 흘러나오는 ‘일부 행정부처 이전론’, ‘무기명 비밀투표 표결론’ 등 세종시 절충안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당 일각에서 나오는 3~5개 부처 이전 타협안에 대해서도 “그건 행정중심복합도시법 제정 취지에도 어긋나고 수정안 제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한 영남권 초선의원은 “친이 쪽은 충청 민심이 돌아서면 박 전 대표가 슬며시 태도를 바꿀 거라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박 전 대표의 강경발언이 잦아진 배경엔 정부의 세종시 여론전 ‘퍼붓기’에 대항해 본인이 직접 수정안 반대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다. 한 측근은 “정부가 대대적인 선전전을 펴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과 각 세우는 모습을 피하려고 일부러 발언을 자제해 왔지만, 이젠 직접 여론 선도 작업에 뛰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이 자신에게 우호적이라는 자신감도 반영된 것 같다. 지난 12일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원안+알파’를 주장하는 박 전 대표에 공감한다는 응답은 절반이 넘는 51.3%로 조사됐다. 수정안이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에 공감한다는 응답(43.6%)보다 높다.
세종시 수정 논란이 확산되면서, 박 전 대표는 이미 세종시 수정안과 정치적 명운을 함께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굳힌 것으로 보인다. 측근들은 박 전 대표에게 세종시는 전 정권이 남긴 ‘대못’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개입한 이른바 ‘호적에 친자로 등록된 문제’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언론관계법 처리 당시 “이 정도면 국민들도 이해하실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던 것과 달리,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중심 역할을 했다는 ‘책임의식’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측근은 “세종시 문제는 박 전 대표가 왜 정치를 하느냐에 대한 근본적 문제”라며 “본인의 가치관과 신뢰, 원칙 등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라고 말했다.
최혜정 성연철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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