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에선 어땠나
대통령의 임기말 특별사면은, 권한 남용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이후 5년마다 빠짐없이 되풀이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말인 1992년 12월24일 ‘5공 비리’ 관련자를 사면해 비판을 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 김종호 전 내무부 장관, 이학봉 전 의원 등이 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다. 여론은 들끓었지만,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반발하지 않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진 ‘빚’을 갚으려는 노 전 대통령과, 5공 세력과 화해는 해야 하지만 개혁적 이미지를 훼손하고 싶지 않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22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23명의 특사를 단행했다. 황영시 전 감사원장 등 12·12 사건 및 5·18 관련자와 안현태 전 대통령경호실장 등 전직 대통령 부정축재 사건 관례자,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 등 비리 연루자도 포함됐다. 국민 화합과 지역갈등 해소가 명분이었는데, 당시 당선인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 쪽과 협의를 거친 특사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31일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이용호·최규선 게이트 연루자인 김영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최일홍 전 국민체육공단 이사장 등 93명을 특별사면했다. 이 가운데 김영재 전 부원장보는 사면 발표 9일 전에 항소심을 포기해, 사전에 언질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사는 형이 확정돼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1999년 8·15 특사 때 풀려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도 특사 발표 20여일 전에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 역대 정권의 사면권 남용을 비판했다. “부정부패 사범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연장하고 사면·복권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그도 임기를 두달 앞둔 2007년 12월31일 측근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인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 등 75명을 특별사면했다.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된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은 형이 확정된 지 나흘 만에 사면됐는데, 두 사람 모두 대법원에 상고했다가 몇 시간 만에 취하해 사전 조율이 있었다는 의혹을 샀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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