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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탈성장 ‘녹색’ 필요한 때…지방선거 통해 ‘녹색정치’ 거점 만들것”

등록 2014-03-03 19:07수정 2014-03-04 15:16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달 26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녹색은 경제성장 자체에 대한 성찰”이라며 “6·4 지방선거에서 녹색정치의 거점을 확보하고, 2016년 총선에서 원내 정당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달 26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녹색은 경제성장 자체에 대한 성찰”이라며 “6·4 지방선거에서 녹색정치의 거점을 확보하고, 2016년 총선에서 원내 정당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가 만난 사람]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참여연대 활동가에서 회계사, 변호사, 정보공개 청구 전문가, 교수, 풀뿌리 운동가 등으로 ‘변신’을 거듭해온 그에게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라는 직함이 하나 더 붙었다. 하승수 위원장 얘기다.

오랫동안 풀뿌리 운동을 해온 그가 직접 창당을 주도하며 ‘정당판’에 뛰어든 계기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다. 원전 사고는 경제성장론의 파멸성을 극명하게 상징하는 일이었고, 풀뿌리 정치를 넘어 국가정치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의 파멸을 막을 수 없다는 ‘사고의 대전환’을 하게 해줬다. 그런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이 모여 2012년 녹색당을 만들었다.

국회엔 없는 녹색당이지만 송전탑 갈등을 겪는 밀양에서, 방사능안전급식조례를 추진하는 동네 골목에서, 무분별한 댐 건설과 공장식 축산을 그만두자는 현장에선 녹색이 흘렀다. 그 결과 현재 당원은 7000여명으로 늘었고, 오는 6·4 지방선거에는 10여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하승수 위원장은 동지이자 벗인 서형원 과천시의원과 함께 이런 지난 2년의 경험과 성찰을 담아 최근 <행복하려면, 녹색>이라는 책을 냈다. 지난 26일 한겨레신문사 8층에서 만난 하 위원장은 “당원이 1만명만 돼도 활동하기가 훨씬 수월하겠다”고 웃으며 “녹색은 경제성장 자체에 대한 성찰”이라고 말했다.

-책 제목이 ‘행복하려면, 녹색’이고, 책에서도 ‘행복’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거론하고 있다.

“시민운동과 풀뿌리운동을 하면서 ‘과연 사람들이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가 어떤 것인지, 인권이 왜 중요한지 등을 설명할 때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단어가 행복이 아닌가 생각했다. 공동체, 지속가능한 사회, 인권, 평화는 우리 사회의 행복과 연결된 문제다. 그래서 ‘행복’을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의 모습을 설명하는 단어로 써봐야겠다고 생각했고, 행복이 무엇인지 공부도 많이 했다. (웃음)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뒤에 녹색운동을 하게 됐는데, 결국 녹색과 행복이 맞닿아 있는 것 아닌가.”

-책에서 ‘경제성장주의는 미신’이라고 했다. 경제성장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는 말인데, 환경·생태 이미지가 강한 녹색운동과 탈성장은 무관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나도 5년 전까지는 그 이야기를 하는 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 일본에서 원전 재가동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경제성장이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전기 소비를 늘려야 하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데 그럴수록 원전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갇혀버릴 수밖에 없다. 내가 제주대에 재직할 때 의료 민영화, 교육 영리화 논란이 있었는데, 그때 지지자들이 내세운 논리도 경제성장이었다. 민영화 정책, 원전 확대 정책, 군사적 긴장 조장, 환경 파괴는 근본적으로 경제성장 논리와 맞닿아 있다. 그런데도 공공성을 이야기하면서 경제성장론을 받아들이는 건 모순이다. 뿌리를 건드리지 않고 가지만 건드려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녹색은 경제성장 자체에 대한 성찰이다.”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긴 하지만 부담스럽다’는 인상을 준다. 개인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부분인 탓에 근본적으로 녹색으로 살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측면도 있다.

“당장의 생활 전체를 바꿀 수는 없다. 나도 생태적으로 산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만 바꾸더라도 삶에서 소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겠나. 개인의 실천은 행복을 느끼려고 하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가령 베란다에서 상추를 키운다거나, 전기 스위치를 열심히 내리거나,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고기를 안 먹는 실천 하나만 해도 괜찮다. 더 중요한 건 사회구조와 국가정책의 흐름을 바꾸는 거다.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진보개혁 진영에서 경제성장론을 이야기하는 건 ‘분배만 강조해서 나라 거덜내려 한다’는 보수의 공격을 피하고, 자신들도 경제를 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정치적인 수사 차원으로 볼 수도 있지 않나?

“경제가 중요하다는 것과 경제성장이 중요하다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사람에게 필요한 건 일자리와 소득이지만, 재벌, 관료집단, 보수언론은 경제가 성장하려면 에프티에이(FTA·자유무역협정) 해야 되고, 통상 개방도 해야 되고, 교육·의료 시장화도 해야 되고, 원전도 해야 된다고 말한다. 민주정부는 경제성장이 필요하다는 이들의 프레임에 말려들어 정책적인 실패를 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신용카드 남발, 한-미 에프티에이가 그렇게 자기 프레임을 짜지 못하고 성장론자들에게 말려들어간 결과 아닌가.”

-풀뿌리운동을 오래 하면서 정당 자체엔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래서 녹색당을 창당했을 때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후쿠시마 사고가 상징적인 계기였다. 아무리 지역에서 풀뿌리를 다져도, 국가정치, 지구정치의 큰 흐름이 잘못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풀뿌리 시민후보’로 지방선거를 치러온 과정에 대한 평가와 반성도 있다. 정치에서 중요한 건 지속성인데, 풀뿌리운동은 선거가 끝나면 모두 다 흩어져서 (고민의 결과물과 역량이) 축적이 안 됐다. 그래서 지역분권적인 정당 구조를 지향하지만, 정당이라는 틀로 지속적인 정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계기로
성장 위주 흐름 바꾸자 결심
녹색당 만들어 정당판에 입성

현장서 탈핵운동 등 펼쳤지만
의석 없는 원외 정당으로
문제 해결하는 데 한계 부딪혀

6·4지방선거 10여명 후보 낼 것
지역상황 맞는 야권연대도 고민중
2년뒤엔 국회진출 기반 만들 계획

-정당은 가치와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을 통해 동의를 얻는 과정, 즉 선거에서 생존해야 한다. 녹색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당위’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유권자의 마음이 움직이게 할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

“고민이다. (웃음) 대안정당이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하나의 방법은 정책이다. 예를 들어 여러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사능안전급식조례’는 아이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걱정하는 부모들이 눈여겨보지 않겠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하는데, 도시에선 노인분들이 지하철을 무료로 타지만, 버스밖에 없는 농촌에선 이들도 버스비를 다 내야 하는 차별이 존재한다. 학교에선 전기요금 부담이 너무 커서 골치 아파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열 시설을 하고 학교 옥상을 텃밭이나 태양광 발전 시설로 이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대안정당은 이렇게 구체적인 정책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얻어가야 한다.

또 하나는 정치 문화다. 녹색당 행사엔 아이나 동물을 데려오는 분도 많고, 정치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는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대의원은 ‘뽑기’로 정하는데, 평소에 당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던 분들도 대의원이 되면 정말 열심히 한다. 이렇게 정치가 내 삶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깨고,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면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있게 다가갈 수 있지 않겠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의 목표는 뭔가?

“‘녹색정치’가 어떤 건지를 보여주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기초단체장은 경기) 과천시장 선거에 나가고, 지방의원엔 충남 홍성, 경북 구미 등 10곳 정도에 나선다. 비례대표 광역의원 후보도 낼 거다. 이들이 당선돼 녹색정치 모델을 보여줄 거점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그러면 동심원 방식으로 녹색정치가 확산되지 않겠나. 녹색당을 많이 알려 2016년 국회 진출의 기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원외 정당으로 2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한계를 많이 느꼈다. 밀양 송전탑 문제도 원외 정당이라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고, 원전 확대를 막는 데도 개입할 여지가 없다. 원내 정당이 돼야 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웃음)”

-창당 4년 만에 원내 진출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신생 정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선거 제도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전면적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전면적 비례대표제는 녹색당 강령이기도 하다. 현재의 정치제도에서는 (각 정치세력이) 정책으로 연합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 새정치를 하기도 어렵다. 노동계, 정당, 시민사회를 포함해 전면적인 비례대표제를 요구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야권연대는 어떻게 할 건가. 가령 과천시장 선거는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의원 말고도, 황순식 정의당 시의원이 출마한다고 하는데, 연대하지 않으면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나?

“지역 상황에 맞게 연대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과천은 정의당과 연대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과천 당원들도 적극적으로 단일화를 고민하고 있다. 새누리당 시장이 3선을 했는데, 개발정책에 문제가 있었고 이번에 새롭게 전환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서 시기와 방식을 정해야 하지만, 연대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시 궁금해진다. 왜 지금 녹색당인가?

“한국처럼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재생 에너지를 푸대접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예외적이다. 이렇게 가면 우리 사회의 전망이 어둡다. 녹색당은 ‘듣보잡’이 아니라, 기존의 풀뿌리운동, 인권운동, 시민운동의 경험 속에서 나왔고, 우리 사회의 흐름을 바꾸자는 것이다. 사회 흐름을 바꾸려면 정치가 가장 중요하고, 새로운 세력이 나와야 정치가 바뀌지 않겠나. 민주당, 정의당, 통합진보당도 탈원전에 동의하지만, 녹색당처럼 절박하지는 않다. 밀양 할머니들의 몸부림에 잠깐 관심을 두는 게 아니라, 탈원전을 국가 정책 수준으로 올리려면 녹색당이 힘을 얻어야 한다. 각 정당에 ‘탈핵정치연대’를 제안해보려고 한다. 각 정당에 탈핵을 지향하는 의원들을 엮어내 녹색당이 구심점이나 사무국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조혜정 이승준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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