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권·새누리당 면죄부 아니다”
문 대표 정면돌파 의지 표명에
비노계 “지도부 총사퇴할 상황”
전 당대표들 조심스런 책임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재보선 결과에 대해 사과하려고 마이크 앞에 서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쪽은 우윤근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30일 전날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해 “이 시련을 약으로 삼겠다”며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에 대해)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 나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민의 분노하는 민심을 대변하지 못해 송구하다.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저희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 (이를 위해) 길게 보면서 더 크게 계획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다. 더 강하고, 더 유능한 정당이 되어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 이번 선거 결과는 저희의 부족함에 대한 유권자들의 질책일 뿐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민심을 호도하면서 불법 정치자금과 경선 및 대선자금 관련 부정부패를 덮으려 하거나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가로막으려고 한다면 우리 당은 야당답게 더욱 강력하고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이다.”
문 대표의 이날 메시지는 선거 결과에 연연치 않고 ‘성완종 리스트’ 국면에서 대여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하는 한편, ‘당 혁신’과 ‘야권 통합’을 강하게 밀어붙이겠으니 ‘나에게 힘을 모아달라’는 의미로 들렸다. 당장 자신을 대체할 대안 세력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다, 지도부에게만 선거 패배 책임을 돌리기 어렵지 않으냐는 판단 아래 정면돌파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만일 이번 선거에서 이겼더라면 공천 개혁과 야권 단일화 등을 추진하기 더 어려워졌을 것”이라며 “이번 선거 패배는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대비한 ‘예방주사’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대표의 이런 입장 표명에 대해 당내 비노계(비노무현계) 의원들 사이에선 “무책임하다”며 어떻게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패배에 대해 지도부가 명확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자진사퇴 뜻을 밝혔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광주의 한 3선 의원은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창당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심각한 상황에, 잘못은 했다면서도 책임은 안 지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직 당대표들 등 당의 ‘대주주’들도 책임론을 조심스럽게 거론했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겨야 하는 선거를 졌다.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다들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도 “인물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는지, 공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문 대표를 만나 당 수습책의 일환으로 다음달 7일 원내대표 선출을 경선이 아닌 ‘합의추대’로 치르자는 제안을 하는 등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회동도 안 전 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재보선 전패 여파로 원내대표 경선이 계파간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게 되는 걸 막고, 통합의 장으로 만들어 갈등 국면을 추스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