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재보선 결과에 대해 사과하려고 마이크 앞에 서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쪽은 우윤근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30일 전날 치른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해 “저희의 부족함에 대한 유권자들의 질책일 뿐,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국민의 분노하는 민심을 대변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했으나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민심을 호도하면서 불법 정치자금과 경선 및 대선자금 관련 부정부패를 덮으려 하거나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가로막으려고 한다면 우리 당은 야당답게 더욱 강력하고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문 대표는 또 이날 의원총회에서 나온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마무리발언을 통해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그 방법이 그냥 그만두고 나면 또다시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표류해야 한다”고 말해 대표직을 물러날 뜻이 없음은 분명히 했다.
이날 저녁 1시간3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는 내내 무거운 분위기를 떨치지 못했다. 의원들의 자유발언이 시작됐을 때 한동안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서 장내에 긴 침묵이 돌 정도였다. 지도부 총사퇴론이 일부 나오기도 했지만,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며 오히려 이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박주선 의원이 광주 서구을 선거 결과를 놓고 “당의 핵심 기반인 호남인들이 새정치연합을 버린 것”이라고 평가하며 “지도부 전원 사퇴 등 창당에 버금가는 특단의 조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지만, “지금은 지도부 사퇴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강창일·유대운·신기남 의원 등)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대신 의원들은 “우리가 패배한 이유를 확실하게 진단해야 한다”(이개호 의원), “20·30대에게 선거 때만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들이 우리 당과 연계를 맺을 시스템이 필요하다.”(최민희 의원), “대국민·대호남 메시지가 필요하다”(박범계 의원)는 얘기들을 내놨다.
선거 패배 수습 과정에서 또다시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간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이날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이겨야 하는 선거를 졌다”고 말하고,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도 “공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는 등 문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피력했지만, 전직 대표들 등 당의 ‘대주주들’은 일단 문 대표에 대한 직접적 공격을 자제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선거 패배 이후 이처럼 큰 논란 없이 빨리 수습이 되는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노 진영을 중심으로 “문 대표가 책임져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불만도 여전해 ‘내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당의 위기가 워낙 엄중해 문 대표 책임론을 꺼내들기조차 힘든 분위기이지만, 내년 공천 문제 등을 둘러싸고 문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어 문 대표 책임론은 지금의 위기 국면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요소다. 또 천정배 의원(무소속)의 당선으로 ‘호남 물갈이’ 필요성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들끓는 등 호남 의원들의 동요도 커지고 있어 향후 당내 친노-비노 간 계파 갈등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4·29 재보궐선거 이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는 상승한 반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지지도는 떨어지면서 두 사람의 지지도 격차가 1%포인트 미만으로 바짝 좁혀졌다. 30일 리얼미터와 <제이티비시>(JTBC)가 이날 전국 5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김 대표의 지지도는 전날 16.3%에서 23.4%로 하루 만에 7.1%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문 대표의 지지도는 26.9%에서 23.6%로 3.3%포인트 떨어졌다. 이로써 전날 10.6%포인트였던 두 사람의 지지도 격차는 이날 0.2%포인트로 좁혀졌다. 정당 지지도도 새누리당은 전날 36.0%에서 41.9%로 상승했고, 새정치연합은 33.4%에서 27.7%로 떨어졌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