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웁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었다.
우원식 의원실 제공
국정교과서 강행 후폭풍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그 말대로면 교육부 이적단체 동조
국정원·수사기관 수년째 방치한 셈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그 말대로면 교육부 이적단체 동조
국정원·수사기관 수년째 방치한 셈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해온 새누리당이 13일부터 거리에 내건 펼침막 문구를 두고 여당의 무비판적 ‘국정화 올인’이 결국 앞뒤 안 맞는 ‘자가당착’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체사상을 가르친다는 교과서 검정을 한 것이 정작 박근혜 정부인 탓이다. 새누리당은 논란이 일자 선동적 문구가 아닌 ‘구체적 편향 내용’을 담은 펼침막을 추가로 내걸기로 했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펼침막은 간명하지만 자극적이다. ‘교과서=주체사상=친북’으로 규정한 때문이다.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꾼다”(새정치민주연합)에 맞선 여당의 ‘펼침막 선전포고’였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기존 검정 교과서를 언급하며 “북한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게재하고, 6·25전쟁에 대해 남한도 책임이 있는 것처럼 서술돼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주장이다.
여당 홍보물은 보통 당 정책국과 홍보국이 조율해서 만드는데, 이번 펼침막 문구는 홍보국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새누리당 홍보국 관계자는 14일 “교과서에 주체사상 항목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팩트(사실)다. 주체사상 관련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하다가 이에 대한 비판은 한두줄 붙이는 식이어서 (균형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홍보국은 전국 246개 당원협의회에 교과서 관련 홍보 문구 8개를 제시했고, 각 당협에서 자체적으로 시안을 골라 플래카드를 만들도록 했다고 한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언급한 펼침막은 이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학생들이 교과서를 통해 북한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다는 새누리당 주장은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현행 고교 한국사 검정 교과서는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교육부가 정한 집필 기준에 따른 검정을 통과한 뒤 지난해부터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새누리당 주장대로라면 교육부가 ‘주체사상 교재’를 찍어내는 동안 국가정보원과 수사기관은 이를 수년째 방치한 셈이 된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 펼침막의 모순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김성수 대변인은 “새누리당이야말로 교육부가 이적단체에 대한 고무·찬양에 동조했다는 논리를 편 셈”이라며 “(교육부의)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새누리당 플래카드는 교과서 집필진과 발행자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을 저질렀다고 본다. 이들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고 게시물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도록 각종 법률 지원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도종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위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검정 교과서들의 북한 관련 서술 내용을 구체적으로 예시하며 “기존 교과서들이 북한을 미화하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정말 우려하는 대로 지금까지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주체사상을 계속 가르쳤다면 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느냐. 검정에 참여한 심의위원과 교육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책임론’에 대해 친박 중진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교과서의 편향된 서술과 오류를 바로잡지 못한 교육부 책임도 크다”며 “지금이라도 바로잡겠다는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교과서 속 주체사상 관련 내용을 자세히 담은 펼침막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이유주현 김남일 기자 edigna@hani.co.kr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오른쪽 둘째)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비판하는 현수막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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