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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배신의 정치’ 낙인 찍힌 유승민, 박 대통령·친박에게…

등록 2015-12-22 19:38수정 2015-12-23 08:40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7월7일 자신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퇴장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다음날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한겨레' 자료사진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7월7일 자신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퇴장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다음날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한겨레' 자료사진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 인물로 본 2015년

⑥ ‘배신의 정치’로 찍힌 새누리 전 원내대표 유승민
2015년 7월8일은 정당 민주주의의 역사에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그날 유승민(57·3선·대구 동을) 새누리당 의원이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기자회견을 끝으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직접 선출한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의원들의 ‘집단 린치’ 끝에 쫓겨났다. 정당 민주주의는 대통령이 당의 총재로 군림하며 원내총무를 ‘임명’하던 ‘제왕적 총재’ 시절로 후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청 관계에서 제왕적 헤게모니를 확실히 틀어쥐었지만 삼권분립은 짓밟히고, 의회 민주주의는 질식해버렸다. 여당은 제 목소리를 잃었고 야당은 무기력에 빠졌으며 의회는 냉소받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의회가 이것밖에 안 되는 존재인지 생각하게 한, 참으로 가슴 아픈 사건”이라고 회고했다.

헌법기관이라는 의원들이 뽑아놓고
대통령 말 한마디에 집단 린치
여당 제 목소리 잃고, 의회는 냉소받고

“변화와 혁신 약속 지키려 했을 뿐
애초 정부 거수기 할 생각 없었어
그럼에도 친박들은 나를 계속 공격”

“지금 당-청 관계 건강한 모습 아냐
여당 보수 혁신 추구할 힘 사라져”
‘극우 발호 계기’ 질문엔 “노코멘트”

5개월이 흘렀지만 유 의원은 “그 일, 다시 끄집어내고 싶지 않다”며 한사코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려 했다. 어렵게 설득해 지난 21일 ‘그 일’에 대해 들어봤다. 친박근혜계의 ‘유승민 고사 작전’이 펼쳐지고 있는 대구 지역구 행사장을 이동하는 중간에 전화로 이뤄진 인터뷰다.

-원내대표직 사퇴회견에서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언급한 게 어떤 의미였나?

“개인적으로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2011년에도 ‘당이 이대로 가선 안 된다’ 싶어 최고위원직을 던졌다.(이로 인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출범의 계기가 됐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그냥 쫓겨나듯 물러나면 대통령을 위해서도, 입법부를 위해서도 안 좋고, 의회 민주주의에 이런 전통이 생겨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삼권분립 위배다.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국무회의에서 말한 6월25일 이후) 13일을 버틴 것은 이 문제가 민주주의의 문제이기에 의원총회에서 결론이 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에게 끝까지 ‘의총에서 결정해달라’고 했던 것이다. 결국 6월25일 첫 의총 뒤 7월8일 의총에선 의원들 뜻이 (유승민 사퇴 권고 결의로) 달라진 것이니 그 뜻을 따른 것이다.”

-‘유승민 사건’의 본질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대통령의 입장도 있을 것이다. 다만 내 입장에서는 공무원연금이라는 중요한 개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야당이 요구하는 것 중에 최소한(국회법 개정안)은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백점짜리는 아니지만 앞으로 국가 재정에 큰 도움이 되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해냈고 그건 박근혜 정부의 성과로 남을 거다. 그 당시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구권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그게 위헌이 아니라는 소신에 변함없다. 훗날 헌법학자들이 제대로 규명을 해줘야 할 부분이다.”

-당시 친박계는 ‘집권여당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생각이 맞아야 한다’며 흔들었는데.

“나는 원내대표에 출마할 때부터 ‘여당이 대통령을 도와줄 건 도와주고 견제할 건 견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국회의 위상을 높이고 당이 국정의 중심에 서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행정부가 하는 일에 100% 거수기 역할을 하는 여당 원내대표를 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나는 의원들에게 이런 뜻을 분명히 밝혔고, 의원들도 그걸 알고 나를 원내대표로 뽑았다. 그렇게 원내대표가 됐기에 내가 말했던 변화와 혁신 약속을 지키려 한 것일 뿐이고, 그럼에도 친박들은 나를 계속 공격했다.”

-그 사건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자율적 목소리가 사라지고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모습인데.

“지금의 당·청 관계가 그렇게 건강한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는 총선 공천을 앞둔 일시적인 현상이지, 당·청 관계가 계속 이렇게 가진 않을 거라고 본다.”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던 ‘보수 혁신’도 좌절됐는데.

“우리 당의 정책을 그쪽으로 끌고 가고 싶었지만 (중도 사퇴로)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내년 총선 공약에 당의 노선과 정책을 크게 변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싶었는데 그걸 못 하게 됐다. 그게 가장 아쉽다.”

-그런 면에서 보수진영 전체에도 악영향을 준 사건 같다. 정두언 의원은 ‘대한민국에 보수가 아닌 극우가 발호하도록 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라고 규정하더라.

“노코멘트하겠다. 다만 새누리당 안에 보수 혁신을 추구하는 힘이 사라진 데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유 의원은 최근 지인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축사에서 “저 요즘 외롭다. 대구에서 고생 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사건으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 않느냐”고 묻자 전화기 너머로 허허로운 웃음소리만 흘러나왔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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