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한겨레 자료 사진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 인물로 본 2015년
대통령 지시하고 여당은 실행하고
국회의장에 쟁점법안 직권상정 압박
의원들 불러다 개인참모로 쓰고
지리멸렬 야당은 견제기능 못해
대통령 지시하고 여당은 실행하고
국회의장에 쟁점법안 직권상정 압박
의원들 불러다 개인참모로 쓰고
지리멸렬 야당은 견제기능 못해
‘유승민 원내대표 축출’ 사태는 여러 측면에서 정당 민주주의의 훼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지난 6월 유승민 원내대표가 야당과 공무원연금 개편을 협상하면서 행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합의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리고 6·25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를 선거에서 심판해달라”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그날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지만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거듭된 사퇴 압박과 강제 업무배제 등 일련의 ‘왕따 작전’ 끝에 7월8일 사퇴했다. 국회가 ‘행정부 견제’란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다하려 하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완력’을 동원해 무력화시켰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이 사건 이후 ‘삼권분립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정당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입법부와 행정부의 힘의 균형도 무너졌다는 평가가 많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2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의원들이 뽑은 여당 원내대표를 대통령이 호통쳐서 쫓아낸 경험이 ‘87년 체제’에는 없었다. 삼권분립 위반 소지가 다분히 있는, 대통령의 의지·의도가 (당에) 관철되는 역학관계는 퇴행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여당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충실한 실행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일방적으로 추진하자 새누리당 안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결국 당론으로 채택하고, 국정화 논리 확산을 위해 당이 발벗고 뛰었다. 이른바 ‘대통령 관심 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당 지도부가 ‘긴급재정경제명령’까지 거론하며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압박했다. 국민 여론을 가감 없이 행정부에 전달하는 여당의 기능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박 대통령은 “직무유기” “위선” “립서비스만 한다”며 국회를 연거푸 맹렬히 비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청와대가 너무 과도하게 입법사항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정상적 삼권분립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인사에서도 국회를 무시하는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새누리당 주호영·윤상현·김재원 의원을 정무특보로 위촉했다.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행정부를 견제·감시할 책무가 있는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개인 참모로 들어갔다.
박 대통령의 독주는 정치권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여당엔 ‘비박계’ 의원도 많지만 내부 견제세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야당의 무기력이 여당의 독주를 허용한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은 “여야를 떠나 국회가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요구를 반영하는 헌법기관이란 인식이 약화됐다. 국회 기능이 상실되면서 행정부는 더욱 난폭해졌다. 의회가 무력화된 지금은 민주진보세력만의 위기가 아니라 정치 전체의 위기”라고 말했다.
이경미 서보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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