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298명 후원금 지출 전수조사 (하)
방만한 지출
김현숙 청와대 수석, 보좌관에
남은 후원금 2500만원 나눠줘
법률상 정당·복지시설에 넘겨야
방만한 지출
김현숙 청와대 수석, 보좌관에
남은 후원금 2500만원 나눠줘
법률상 정당·복지시설에 넘겨야
<한겨레>가 2015년 국회의원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전수조사해 보니, 불법지출은 아니지만 유권자 눈높이에 맞지 않고 다른 동료 의원에 비해 후원금을 방만하게 지출한 사례가 여럿 나왔다.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에 221㎡(66평) 넓이의 자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정치자금에서 따로 월세를 내고 여의도 오피스텔을 임차해 의정활동용 숙소로 이용했다. 문 의원은 한 달에 75만원씩 11차례 825만원을 임차료로 지급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19대 국회의원의 재산 신고내역을 보면, 문 의원은 여의도동 아파트 자택 외에 남편이 서울 성동구에 48㎡(14.5평)의 오피스텔도 보유하고 있었다. 본인과 남편이 서울에 2채의 집을 보유하고도 따로 정치자금으로 오피스텔을 마련한 것이다. 지역구가 서울에서 떨어져 있는 비수도권 의원들은 서울에 의정활동용 숙소를 마련하는 일이 있지만, 비례대표인 문 의원은 이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문 의원은 “국정감사 등 의정활동으로 밤샘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여성 의원으로서 운전비서가 퇴근한 후에도 일을 하기 위해 이곳(엘지에클라트)을 계약했다”고 해명했다.
경남 창원이 지역구인 박성호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 숙소로 고급 아파트를 월세로 임차해 지난해 정치후원금에서 9차례 1260만원을 지출했다. 박 의원은 서울에 자택은 보유하고 있지 않았지만, 다른 의원들에 견줘 숙소 비용이 많은 편에 속했다. 박 의원은 서울 마포구 쌍용예가를 숙소로 이용하다 9월께 공덕동 브라운스톤 아파트로 옮겼다. 박 의원은 “(두곳 다) 국회와 근접한 곳이고, 빠른 시일 안에 입주가 가능해 숙소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위치한 지역언론에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준 사실도 눈에 띄었다. 언론 광고비를 지난 1년 100만원 넘게 지출한 의원은 모두 6명이었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이 6개 지역 언론에 495만원을 집행했고,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 6개 매체 380만원,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 3개 매체 140만원, 김우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13개 매체 295만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1개 매체 110만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2개 언론에 154만여원 등의 지출이 확인됐다.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의원직을 사퇴하고 청와대로 가면서 남은 정치자금 가운데 2500만원을 보좌관 8명에게 전별금으로 지급했다. 김 수석 쪽은 “(의원직 사퇴로) 직원들이 갑자기 무직이 되어 김 수석이 일종의 퇴직금 개념으로 준 것”이라며 “당시 선관위에 자문을 얻었고 이상이 없다고 해서 지출했다”고 말했다.
정치자금법 21조를 보면,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의원에게 당적이 있으면 소속 정당에 남은 정치자금을 인계해야 하며, 당적이 없는 무소속 의원이 사퇴할 땐 등록된 공익법인(학교법인 포함) 또는 사회복지시설에 인계해야 한다. 만약 의원이 이 같은 인계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남은 정치자금은 국고에 귀속된다.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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