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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문재인 “당 분열 좌시않겠다” 다잡고 “촛불정신 계승” 세몰이

등록 2017-04-10 22:37수정 2017-04-11 00:12

당 화합·촛불 결집 투트랙 행보
“용광로 선대위 찬물 붓지 말라”
박원순과 광화문광장 찾아
“유례없는 평화집회” 추어올려

‘전세역전’에 민주 위기감 휩싸여
“국민의 경고” “대세론 잊어야”
비주류도 “어떤 일이든 맡겠다”
“당 지도부 전면 쇄신” 주장도
한층 단호해진 모습이었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0일 당 안팎을 향해 선명한 메시지를 던지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그는 당내 분열에 대해선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고, 당 밖으론 ‘촛불세력’을 향한 결집을 호소했다.

그는 이날 처음으로 열린 대선 선대위원회 회의에서 “오늘 이후로 용광로(선대위)에 찬물을 끼얹는 인사가 있다면 그 누구라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선두를 다투는 와중에 벌어진 ‘선대위 자리 다툼’ 논란에 직접 나서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그는 “후보로서 당부이자 지시”라며 “최근 선대위 구성과 관련된 당내 갈등은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 앞에 송구하고 면목 없는 일이다. 어제를 끝으로 인선이나 자리를 놓고 어떤 잡음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당부를 드린다”고 말했다.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추미애 대표를 향해서도 “본부장단, 각 캠프 책임자와 상의해서 소외감을 느끼는 분이 한 분도 없도록 잘 챙겨달라”고 말했다. 평소 회의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편인 문 후보가 이날 유독 강경한 표현을 쓴 것은 그만큼 당내 통합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경선 후유증의 여진을 다독이기 위한 인선도 얼추 매듭이 지어지고 있다. 문 후보와 가장 가까운 자리인 비서실엔 문재인 캠프의 양정철 부실장을 비롯해 안희정 캠프의 윤원철 전 상황실장, 이재명 캠프의 장형철 전 성남시 비서관이 합류할 예정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10일 오후 촛불집회가 열렸던 서울 광화문광장을 방문해 광장 시설 등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10일 오후 촛불집회가 열렸던 서울 광화문광장을 방문해 광장 시설 등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촛불민심’이 끌어올린 ‘대세 후보’로 평가받아온 문 후보는 이날 오후엔 ‘촛불 성지’인 광화문광장을 방문해 ‘촛불’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시의 검증된 정책과 인재들을 제가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며 “다음 정부는 박원순 시장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과 함께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촛불집회가 세계에서 유례없이 가장 평화롭고 안전하게 끝날 수 있었던 데는 박원순 시장님과 서울시의 공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이어 “제가 정권교체를 해내면 그때는 서울시와 함께 우리 촛불시민들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자 민주당 내에선 주류·비주류를 막론하고 자칫 정권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송영길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국민들이 가슴 졸이고 정신 차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선대위 모두가 힘을 모으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밤 금태섭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지율로 보면 민주당의 위기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이제 우리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유권자들 앞에 집권을 위해서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썼다. 민병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세론이 있었다면 잊어버리자. 모두가 ‘문지기’ 된 심정으로 절박하게 나가자”고 독려했다. 한 비주류 의원은 “어떤 일을 맡든 선대위에서 맡겨주는 대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온건 비주류’인 4선 중진의 이상민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선대위를 포함한 당 리더십의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괜히 통합을 해친다는 빈축을 살까봐 고민했지만, 최근 1~2주 새 지역 민심이 많이 돌아섰다. 정치공학적인 반문연대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대선 앞두고 역풍이 불까 무서워서 다들 쉬쉬하고 있지 위기감은 비슷하다”며 “민주당이 국민을 무서워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엄지원 정유경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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