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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단독] 의원 뒷배 없이 공기업 청탁입사? 보좌관들 “상상 못할 일”

등록 2017-09-05 05:00수정 2017-09-11 09:26

권성동 의원 비서관 특혜입사 의혹

권 의원, 강원랜드 유리한 법개정 발의
강원랜드, 자격 안 되는 비서관 채용
최 사장 “합격하게 모든 조처 취하라”
감사원은 지난 3~4월 강원랜드를 상대로 특정감사를 진행해 지난달 말 강원랜드에 감사결과 등을 통보했다. 어느 의원인지 특정하지 않은 채 ‘국회의원 비서관이 최흥집 사장 지시로 부정채용됐다’는 걸 요지 삼았다.

감사원은 이를 비공개 자료로 분류해 지난달 말 기관 통보 전 검찰에 수사의뢰했을 만큼 중히 다루고 있으나, 실상 조사 내용이 충실하진 않다. 부정청탁이 통한 배경·과정부터 빈틈이 있다.

의원 비서관이 직접 공기업 사장을 찾아가 청탁했다거나, 사장이 대관업무(국회·관 담당)도 아닌 사업부서로 비서관 채용을 손수 챙긴 사실 모두 국회 보좌진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감사원은 “최흥집은 (…) 최대 현안인 ‘폐광지역 개발지원 특별법’ 존속기한 연장 및 강원랜드 카지노가 확충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취지의 사유 등으로 김○○를 신규 채용”이라고만 적고 있다.

그게 전부일지언정 입법과 정책 관련 비서관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게다가 김 비서관(45)은 강릉 지역 조직관리를 주로 맡았다.

2011년 권성동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폐특법 적용 시한을 2015년에서 2030년으로 연장하고, 강원랜드(이익금)의 폐광지역개발기금 납부 한도를 20%에서 35%로 올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해 말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2025년·25%’로 조정했지만, 당시 개정안들 중 강원랜드 쪽에 크게 유리했다.

이듬해인 2012년 11월 강원랜드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카지노 증설 허가를 받아 슬롯머신과 테이블도 크게 늘렸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김 비서관은 권 의원의 강릉 명륜고 후배로 의원 초기부터 동고동락했다. 강릉의 한 정당인은 “(김 비서관은) 초중고, 대학까지 강릉에서 나왔다. 조직 일을 잘해 의원의 신뢰가 두텁고, 지금도 의원이 강릉에 오면 모임을 거들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말한다.

권 의원과 강원랜드의 관계는 밀접하다. 2009~2012년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강원랜드 감독)이었고, 2014년 강원도지사 선거 후보(당시 새누리당)로 출마했던 최흥집 전 사장에겐 핵심 정치인이었다. 강원도에선 “강릉이 점지하지 않고 강원도지사 되긴 어렵다”는 농담이 있다.

입사 절차는 ‘김 비서관 맞춤형’으로 부당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채용공고엔 ‘안전분야 경력’ 조건이 없었으나 서류심사 때 직무경력 평가에 추가 반영된다. 김 비서관의 주요 경력이다. 지원자격으로 내건 ‘수질환경, 폐기물처리기사 자격증 및 건설안전기사 자격증’은 빠짐없이 김 비서관의 ‘스펙’이다. 채용 의뢰 부서가 인사팀에 요청한 건 건설안전 자격증의 경우엔 필수가 아닌 ‘우대’였다. 합격 뒤 경력 검증 과정에서도 ‘환경분야 경력’ 미달 사실이 드러나지만 강원랜드는 김 비서관 말대로 토목시공 쪽 이력까지 환경 분야로 인정한다.

모두 최 사장의 지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감사원 처분 요구를 보면, 최 사장은 처음부터 “김○○가 조만간 경력직 지원하니 합격하게 모든 조치를 취하라”거나 때마다 “마지막까지 채용 처리를 잘하라”고 인사부장에게 반복 지시했다.

이에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갖 편법과 부정으로 채용된 점을 볼 때 비서관 개인의 청탁으로 보기 어렵다”며 “검찰은 권성동 의원의 직접적 개입이 있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정청탁은 제대로 된 검찰 수사 없이는 본질이 드러나기 쉽지 않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3년 지역사무실에서 사실상 비서로 일하던 황아무개씨를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부당 채용시킨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지만, 공단 전 이사장의 법정 증언이 나오기 전까진 기소도 안 됐다.

권성동 의원실은 “김 비서관의 강원랜드 입사 사실은 알지만 그밖에 아는 건 없다”고 말했다.

임인택 최현준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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