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족발의 일은 단순히 한 가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같은 동네인 서촌에서 장사하는 많은 상인이, 임대인이 요구하는 폭등하는 임대료를 울며 겨자먹기로 내고 있습니다. 서촌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더 나아가 전국 곳곳에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윤경자(50) 궁중족발 사장은 잠시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남편 김아무개(55)씨는 ‘300만원이던 월세를 1200만원으로 올려 달라’는 건물주와 갈등을 빚다 둔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사람을 다치게 한 것은 정당화할 수 없지만, 윤씨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절절히 호소한 것은 이 사건으로 ‘잘못된 법과 제도’를 고쳐달라는 것이었다.
윤씨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우원식·박주민(더불어민주당)·추혜선(정의당) 의원과 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 등과 기자회견을 열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올해 1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으로 임대료 인상률 상한이 9%에서 5%로 낮아졌지만, 이는 계약 5년까지 해당할 뿐이다. 이들은 “2002년 처음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제정·시행됐고, ‘누구나 최소한 5년은 안정적으로 장사할 수 있다’고 법은 얘기했지만, 그 누구의 권리도 보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인의 말 한마디에 삶의 터전을 잃어야 하는 것이 법이라면 어느 누가 맘 편히 장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제2의 궁중족발과 같은 잘못된 법과 제도가 만들어낸 비극이 사라지려면 상가건물임대보호법이 반드시 이번 국회에선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에 발의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23건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우원식 의원은 이날 “법상 임대보호 기간인 5년으로는 임차인이 권리금, 시설투자 한 원금을 충분히 회수하고,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프랑스가 임대차 존속기간이 9년, 미국은 통상 5~10년, 영국은 법원을 통해서만 임대차 계약 종료가 가능한 것에 비해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며, “상가임대차보호법을 포함한 민생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의 협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