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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지지율 10%인데 의석수는 1석…불공평하지 않나요

등록 2018-07-03 05:01수정 2018-07-03 15:26

[선거구 탐욕, 그 후]
① 거대양당 지방의회 독식

민주·한국, 3·4인 선거구 줄이고
2인 선거구로 쪼갠 결과
17개 광역의회 96% 나눠가져

민주, 한 지역구에 3·4명 후보
3·4인 선거구 싹쓸이 ‘폐해’도

똑소리나는 의정활동 호평에도
정의당·노동당 전 시의원들 낙선
“‘당을 바꿔라.’ 지방선거를 1년 앞둔 지난해부터 유권자들에게 셀 수도 없이 들었던 얘기가 ‘더불어민주당으로 출마하면 당선될 테니 당을 바꿔라’였어요.”

6·13 지방선거에서 노동당 소속으로 경남 거제시의원 재선에 도전했던 송미량(41) 전 의원의 말이다. 송 전 의원은 당 변경 없이 2인 선거구인 거제시 다선거구에서 노동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는 시의원 시절 ‘산 좀 그만 깎았으면 좋겠다’는 주민 민원을 귀담아들어 지난해 말 경사지 막개발을 막는 도시계획조례는 물론 폐지수거 노인들을 위한 가볍고 안전한 수레와 야광조끼를 비롯한 안전용품 지급 등 생활형 조례들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번에 민주당의 ‘파란 바람’, 자유한국당의 ‘2위 수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치러진 6·13 지방선거에서도 거대 정당에 유리한 ‘기초의원 2인 선거구’ 중심의 선거가 거듭되면서 지역에서 ‘주민 밀착’ 정치로 성과를 냈던 진보정당 후보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간 것이 확인됐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3~4인 선거구를 늘리자는 각 지역 선거구획정위원회 권고를 민주당·자유한국당 중심의 지방의회가 무시하면서부터 예견된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보수적인 경남 진주에서 시의원으로 내리 3선을 했던 강민아(47) 정의당 전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3위로 떨어졌다. 강 전 의원이 출마한 진주시 바선거구는 2014년 지방선거에선 3인 선거구였지만 이번 선거를 앞두고 2인 선거구로 바뀌었다. 이곳에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후보가 1명씩 당선됐다. 강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336표 차로 석패했다. 그는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시작해 3선을 하는 동안 지역에서 ‘똑순이’라고 불렸다. 자전거를 타다 부상당한 시민을 위한 자전거보험 시행, 진주의료원 폐쇄 이후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결의안, 진주시민의 진주성 무료입장 등이 그가 만들어낸 성과다. 강 전 의원은 낙선 원인에 대해 “선거구가 3인에서 2인으로 쪼개진 것과 ‘민주당 바람’에 진주도 영향권에 들어간 때문”으로 진단했다.

※누르면 확대됩니다.
2016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인천 남동구의회에 입성했던 최승원(42·남동구 마선거구) 정의당 전 의원의 지역구도 원래 3인 선거구였지만 이번에 2인 선거구로 쪼개졌다. 그도 민주당, 자유한국당 후보에 이어 3위로 낙선했다. 최 전 의원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배드민턴 교실 등 장애인을 위한 의정활동뿐 아니라 지역 독서·육아모임 등과 관계를 맺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활동으로 호응을 받았다. 최 전 의원은 “주민들이 ‘구의원이 이런 일도 하냐’며 의아해하면서도 반가워했다”며 “3인 선거구 그대로였다면 재선됐을 가능성이 컸다”고 아쉬워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각 지역의 선거구획정위는 2인 선거구는 줄이고, 3인과 4인 선거구를 늘리라고 권고했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지방의회에 진입하도록 장벽을 낮춘다는 취지였다. 이는 진보정당에도 기회였다. 3~4인 선거구제(중선거구제)는 당 인지도와 조직, 예산 등이 취약한 소수정당이 그나마 도전할 수 있는 ‘커진 바늘구멍’이었다. 3~4위만 해도 당선될 수 있어 2인 선거구보다 유권자들의 사표 심리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장악한 지방의회는 선거를 앞두고 오히려 3인, 4인 선거구를 줄이고 2인 선거구를 늘리는 쪽으로 ‘역주행’했다. 거대 양당이 한 석씩 나눠가질 수 있어서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울산, 경기에선 아예 4인 선거구가 사라졌다. 결과는 예상대로 두 당이 전국 기초의회의 90.5%(민주당 56%, 자유한국당 34.5%)를 차지하는 등 두 당의 ‘나눠먹기’로 마무리됐다.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재선, 3선 의원들도 우수수 떨어지는 상황에서, 처음 선거에 도전한 소수정당 후보들은 아예 전의를 상실하기도 했다. 2인 선거구인 서울 은평구 아선거구에 출마해 5위로 낙선한 이상희(38) 녹색당 후보는 ‘선거 절망기’를 들려줬다. 사회복지사인 그는 애초 자신이 사는 지역이고, 선거구획정위에서 4인 선거구로 권고했던 갈현1·2동, 진관동 선거구에서 출마하려 했지만, 서울시의회에서 이곳을 2인 선거구 두 곳으로 쪼개면서 절망했다고 한다. 그는 부득이하게 사회복지기관과 여성활동가 등 ‘우군’이 많은 은평구 아지역(구산동·대조동) 출마로 전략을 바꿨다. 이곳도 2인 선거구지만 당선 가능성이 조금 더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거구 쪼개기에 이어 그를 기다린 건 민주당의 ‘과욕’이었다.

3~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갠 것에 더해, 민주당은 기초의회 선거구에 복수 후보를 내며 ‘나벤져스 구하기’(기호 나번을 찍어달라는 캠페인)를 전국적으로 가동했다. 이상희 후보가 출마한 은평구 아선거구에선 가·나 후보를 낸 민주당이 두 석을 모두 가져갔다. 신창현 민중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나벤져스 구하기’에 대해 “거대 양당 외에 다른 정당도 지방의회에 들어오게 하는 중선거구제 취지를 훼손시킨 행태였다”고 비판했다.

거대 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도 탓에 진보정당 후보들이 아쉽게 쓰러진 건 광역의회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진주의료원 폐업, 무상급식 중단을 강행하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장의 독단적 운영에 맞섰던 여영국(54) 전 경남도의원도 그런 경우다. 전국 유일의 진보정당 지역구 재선 광역의원이었던 그는 이번 경남도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515표 차로 낙선했다. 여 전 의원은 “도의회가 견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홍준표 같은 괴물 정치인을 키우게 되는 비극을 낳은 것”이라며 “견제 기능이 상실되면 집행권력자의 횡포는 더 커진다”고 경고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전국 17개 광역 시·도의회 95.76%(민주당 79.13%, 자유한국당 16.63%)를 차지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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