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여는 새해, 2023 신년음악회''를 관람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2대 총선을 1년여 정도 앞두고 시작된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개혁 논의가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중대선거구제’ 찬반 논쟁으로 흐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야가 정치개혁의 원칙과 방향을 우선 합의한 뒤 관련 제도를 논의해야 소모적 논쟁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절감하고 있지만, 중대선거구제의 문제점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2인에서 5인까지를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면서 공천권을 갖기 위한 당내 파벌정치가 심화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새해 화두로 던진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정 비대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전날 주호영 원내대표가 여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과 긴급회의를 한 뒤 “가급적 다당제를 지향하는 중대선거구제로 옮겨가도록 노력하자”는 데 대체로 방향성이 일치했다고 전한 것과는 사뭇 달라, 여당 내 혼선으로 비치기도 했다.
야당 쪽은 일단 중대선거구제 반대 전선을 쳤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연일 “기득권만을 위한 장이 될 수 있다”(이재명 대표), “거대 정당들이 나눠먹기를 하기에 훨씬 편리한 제도”(김성환 정책위의장)라며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저는 다당제, (거대 양당 외에)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비례대표를 강화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총론 수준의 언급만 내놓았다.
여야 모두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지 못한 채 거대 양당 구조를 고착시키고 지역구도를 강화해온 현행 소선구제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논의를 하기보단, 윤 대통령이 갑작스레 던진 중대선거구제 도입 방안을 두고 갑론을박만 하는 모양새다.
정치권 안팎에선 소모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개혁의 원칙부터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대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을 지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단편적인 제도를 가지고 유불리를 이야기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치인들은 정치개혁의 목표와 방향을 정하고, 그에 필요한 제도들은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선거제 개혁 운동을 해온 하승수 변호사도 “표의 등가성, 비례성 강화, 지역주의 완화 등 큰 틀에서 원칙을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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