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의원 38명이 피감기관 지원으로 국외출장을 다녀온 것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최근 발표한 것과 관련해 국회가 “(우린) 자체 조사 권한이 없다”거나 “법 위반 소지가 없다”는 태도를 취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권익위 발표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는 권익위 요청에 따라 진행 중인 해당 피감기관의 자체 (추가)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해당 피감기관들이 조사 결과를 통보하면 국회의장이 국회 윤리특위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회는 개인정보 보호 이유를 들어, 38명의 명단과 당시 국외출장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권익위의 1차 판단이 나왔는데도, 국회가 자체 조사에 나서지 않는 등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외유성 출장을 비판하는 여론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국회가 선도적으로 해당 의원들의 출장 행태를 조사해야 했다는 것이다. 38명 명단에는 문희상 국회의장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권익위가 추가 조사를 하라고 한 곳이 피감기관인 만큼 (피감기관 지원을 받은) 국회는 조사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원들에게 출장경비를 지원한 피감기관이 ‘셀프조사’를 통해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었다고 적극적으로 자기 고백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권익위도 국회 자체 조사를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행정부 차원에서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였던 만큼 입법부인 국회에 대한 조사를 우리가 할 수 없었다”며 “국회 쪽에 (38명) 자료를 보내면 자체적인 조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는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없는 출장이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놓았다. 이 대변인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지원을 받아 국외출장을 다녀온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명단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김영란법 시행 뒤인 2016년 말 코이카가 권익위에 (법 위반 여부) 유권해석을 요청했는데 문제가 없다고 통보가 왔다”고 말했다. 반면 권익위 쪽은 “당시 코이카가 국회의원 등의 현장시찰을 추진하고 있는데 법에 위반되느냐고 물었고, 청탁금지법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지만, 이 역시 행사 종류, 목적, 참석자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나갔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피감기관 지원을 받는 국회의원 국외출장의 적절성을 심사하기 위해 국회의장 밑에 ‘국외활동심사자문위원회'를 두기로 합의했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외부기관이 지원하는 국외 활동의 경우 모두 (사전)신고하고, 심사자문위의 심사를 통해서만 허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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