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유출사고‘ 당시 삼성이 작성한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유출 사고’와 관련해 삼성이 노동자의 사망을 한 시간가량 일부러 늦게 신고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1일 제기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기도로부터 제출받은 삼성이 지난달 4일 이산화탄소 유출 사고 당시 작성한 ‘출동 및 처치 기록지’를 공개했다. 이 기록지에는 1명은 ‘사망’, 나머지 두 명은 ‘응급’으로 표기돼 있었다. 이중 사망으로 표기된 ㄱ씨의 기록지에는 삼성의 현장 도착시각은 지난달 4일 오후 2시25분, 이송개시는 오후 2시32분, 이송종료는 오후 2시37분으로 나타나 있었다. 특히 ‘출발 시 환자 상태에 관한 사항’에 대해선 이미 사망으로 표기돼 있었다. 김 의원은 “이송개시시간인 오후 2시32분 현재 상태를 사망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출발 시 처치상태는 기도, 호흡, 순환, 약품, 교정 등 모두가 ‘없음’으로 표기돼 있었고 이송, 도착 때 처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록지를 보면 심폐소생술을 제외한 추가적인 응급조치는 구급차 안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이 밝힌 사고시간과는 명백히 차이가 난다. 삼성은 밝힌 ㄱ씨의 최초의 사망시각은 오후 3시43분으로 삼성은 오후 3시47분 용인시와 고용노동부 등에 신고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뒤, 중대재해로 판단해 신고했다는 게 그동안 삼성 쪽의 주장이었다. 출동 및 처치 기록지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제49조)에 따라 법적으로 작성하게 돼 있는 서류로 관련법 시행규칙으로 이송 병원이었던 동탄성심병원도 3년간 보존하게 돼 있는 문건이다. 당시 이 문건은 삼성 자체소방대 전문 인력인 1급 응급구조사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김병욱 의원이 공개한 지난 9월4일 숨진 ㄱ씨의 ‘출동 및 처치 기록지’에는 삼성이 밝힌 최초 사망시각과 1시간10분가량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삼성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을 보면 사업주는 중대재해, 즉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관할 기관에 신고하게 돼 있다. 김 의원은 “기록지를 보면 삼성은 사망사고 발생을 인지한 오후 2시32분이 아니라 오후 3시43분, 최소 1시간 이상이 지난 뒤 신고한 것으로 판단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의 조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을 비롯한 수사당국에도 조사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삼성은 이것이 오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1급 응급구조사가 ‘사망’ 표시를 오기로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만약 이송 당시 사망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사람의 생사를 자롯 판단해 이송과정에서 기도, 호흡, 순환 등의 기본적인 처치를 하지 않은 것은 어떻게 책임지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사고의 축소 내지는 은폐를 목적으로 사망시각을 조작한 것은 아닌지 관련 내용도 면밀히 따져 달라.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의 생사를 은폐하고 감추었다면, 이에 상응하면 법적, 도덕적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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