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열풍이 거센 가운데, 지난해 여성비하 발언으로 징계를 받은 외교부 공무원이 최근 승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외무 공무원 징계건수의 절반이 성희롱·성폭력 관련 사안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외교부가 첫 여성장관(강경화)을 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투 무풍지대’로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배포한 외교부 국정감사 자료에서 “올해 여성비하 발언으로 징계를 받은 바 있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담당자가 오히려 공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다른 징계도 아닌 ‘여성비하’와 ‘성희롱’으로 인한 징계를 받고도 더 빨리 공관장 등으로 발령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공무원은 외교부에서 일본과장, 동북아시아국장 등을 지낸 대표적 일본통으로, 지난해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여자는 열등하다”, “우리 때는 여자가 있지도 않았어”, “아니 언제 이렇게 여자가 많아진 거야” 등 차별적 발언을 쏟아낸 사실이 드러나 감봉 1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실무를 맡았던 그는 또 위안부 피해자를 두고 “쓸데없이 똑똑한 어르신”으로 표현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지난 2월 징계를 받은 그를 6개월 만인 8월 주밴쿠버 총영사에 내정하고 이달 5일 발령했다. 과거 총영사 발령자 중 ‘견책’ 징계를 받은 2명의 경우 각각 23개월, 60개월 동안 자숙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견책보다 수위가 높은 감봉 징계를 받고도 영전한 것이다. 심 의원은 “지난해 11월 부하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비위가 적발돼 감봉 3월 처분을 받은 또다른 공무원도 한 국가의 정무공사로 거론되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성 문제로 징계까지 받은 해당 인물을 다시 기용한다는 것은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외교부의 안이한 인식을 질타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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