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선거법 개정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해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자유한국당이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위원회 사임을 막기 위해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앞서 오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의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패스트트랙)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했고, 이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사보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9시30분께 한국당 의원 80여명은 국회의장실로 몰려갔다. 문희상 의장이 자리를 피하려고 일어서자 한국당 의원들이 ‘떠나지 말라’고 소리쳤고 문 의장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의장실은 한국당 의원들로 가득찼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선거법 개정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해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나경원 원내대표는 “(위원회 위원의)사보임 절차는 국회의장이 허가해줘야 한다. 해주면 안된다는 말씀드리러 왔다. 의회민주주의 유린, 의장께서 국회 어른이라면 막아줘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허가해준다면)대한민국 헌법을 무너뜨리는데 의장이 장본인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사보임은 정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답했다. 그러자 나 원내대표는 “사보임은 정상 절차가 아니니 불허해달라”며 “(패스트트랙 성사된다해도)본회의 표결에 안 부치겠다고 (약속도)해달라”고 말했다.
국회법 제48조 6항은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위원을 사퇴시키고 새로 선임할 수 없다. 다만,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를 근거로 임시회 중이니 사보임을 허락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의장이 예외적인 사안이라고 생각하고 승인하면 임시회기 중에도 사보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 의장은 “앞으로 (본회의 표결 때까지는 기간이) 무진장 남아있다”며 “최선을 다 하겠지만 부득이 할 경우엔 (표결에 안 부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의장을) 겁박해서는 안된다”며 “어떤 경우에도 한국당이 원하는 사보임을 반대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휴대전화로 문 의장에게 국회법을 보여주면서 “이걸 지켜야지요. 의장님 사퇴하세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에 문 의장은 “이렇게 하면 대통령이, 국민이 국회 우습게 안다. 국회가 난장판이다”라고 맞받아쳤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피해 의장실을 나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 의장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의장실을 떠났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의장이 충격을 많이 받았다. 휴식을 취하고 있고 병원으로 이동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원철 서영지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