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국회는 종일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선택’을 둘러싸고 혼란과 공방에 휩싸였다. 그가 여야 4당이 선거법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위해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에 공개적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오 의원이 돌아서면서, 여야 4당은 패스트트랙에 필요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없는 위기를 넘어 선거제 개편을 포함한 ‘개혁입법 패키지’ 전체를 허공에 날려버릴 처지가 됐다.
결국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오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빼고 채이배 의원을 넣겠다는 ‘초강수’를 들고나왔고, 바른미래당 소속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자유한국당은 종일 거세게 반발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더는 당을 끌고 갈 자격이 없으니 즉각 퇴진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 불안했던 ‘오신환 변수’가 현실로 여야 4당은 예정대로 25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공직선거법 개정안)와 사개특위(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를 열어 해당 법안들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시도할 예정이다. 바른미래당은 두 특위가 열리기 앞서 오 의원을 채 의원으로 교체하는 신청서를 국회 사무처에 접수할 예정이다. 이날 하루 동안 신청서 접수에서부터 특위 표결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곳곳에서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반대 의원들의 ‘특위 회의실 점거’도 언급되고 있다.
여야 4당이 합의한 법안들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려면 각각 18명인 정개특위, 사개특위에서 재적 위원 5분의 3인 1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정개특위 소속 바른미래당 의원 2명은 찬성 의견이 확고해 별문제가 없지만, 사개특위는 여야 4당 합의 때부터 ‘불안 요소’로 꼽혀왔다. 사개특위의 여야 4당 의원 수는 11명(더불어민주당 8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이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왼쪽)이 24일 국회 의사과 앞에서 유승민 의원(오른쪽 둘째) 등과 이동하고 있다. 오 의원은 이날 당 원내지도부 가 자신을 사개특위 위원직에서 사임시키기로 했다는 소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연합뉴스
오 의원은 이날 새벽 5시47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 단 한명만 이탈해도 패스트트랙이 무산되는데, 이날 아침 정치권 일각의 우려는 ‘현실’이 된 셈이다.
오 의원의 선언 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오 의원의 교체를 시도하자 당내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반발했다. 당사자인 오 의원도 국회 사무처에 ‘사개특위 사임을 원하지 않는다’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자유한국당은 측면 지원을 넘어 모든 당력을 집중해 오 의원 사보임 저지에 나섰다. 사보임 관련 최종 승인권을 가진 문희상 국회의장을 찾아가 ‘사보임 요청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압박했다.
국회법 제48조 6항은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위원을 사퇴시키고 새로 선임할 수 없다. 다만,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의사과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교섭단체에서 부득이한 사유라고 판단해 사보임을 요청하면 의장이 판단해서 결정하게 된다”며 “국회법 48조에 의원의 의사를 파악해야 한다거나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명시조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 ‘패스트트랙’ 가동돼도 ‘고비’ 많아 이날 오 의원 사태에서 보듯, 여야 4당의 최종 목표인 선거제 개편 등 개혁입법 처리에는 험난한 고비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오 의원의 사보임을 통해 다른 의원을 사개특위에 넣는다고 해서 사안이 정리되지 않을 수 있다. 국회법은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를 묻는 투표를 무기명 비밀투표로 규정하고 있다.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 한명이라도 뜻을 바꿔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 4월 국회 내 패스트트랙 재시도는 불가능하다. 국회법은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본회의 통과까지는 갈 길이 더 멀다. ‘패스트트랙 찬성’은 ‘패스트트랙 절차를 통해 법안을 처리’하자는 것이어서 법안에 대한 찬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본회의 의결 과정에서 다른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의원들이 ‘선거제는 합의처리 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대거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다. 김원철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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