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5일 오후 김관영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제 개편 등을 포함한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을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분당 직전의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오신환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직 사보임 문제가 전날부터 이어지면서 당의 ‘사분오열’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5일에는 국민의당 출신 중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의원들까지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함께 사보임 반대 뜻을 밝히며 지도부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추가로 반대 뜻을 밝힌 이들은 안철수계 김삼화·신용현·이동섭 의원으로, 오 의원의 사보임에 반대하며 지도부에 반기를 든 이들은 총 13명이 됐다. 당원권이 정지된 이들을 제외하고 바른미래당에서 실제 활동하는 의원 24명 중 절반을 넘어선 숫자다. 김삼화 의원은 이날 “당내 수석대변인직에서 사퇴하겠다. 사보임 반대는 지도부의 의견과는 다른 것이므로 더는 수석대변인을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계 좌장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의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유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원내대표라는 사람들이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데 두 분 다 정치할 자격이 없다.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 민주당 2중대를 위한 지시라면 역사에 굉장히 부끄러운 이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이날 오후에도 김관영 원내대표를 만나 사보임을 철회할 것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당 출신 중 ‘호남계’로 분류되는 당 지도부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퇴진 요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당 안팎에서는 결국 당이 쪼개지는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찬열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유 의원은 꼭두각시 데리고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라”라면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한국당에 ‘나 좀 데려가 줘, 너희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잖아'라고 애타게 구애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바른정당계 당원 일부는 이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폭언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당 안팎에서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요구에 따라 26일 예정된 의원총회가 당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바른정당계 쪽에서 결사항전을 예고하면서 최악의 경우 물리적인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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