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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김관영 “숙고 시간 갖겠다” 숨고르기

등록 2019-04-26 22:49수정 2019-04-26 23:01

긴급의총 참석한 9명 “사보임 철회땐 불신임 거론 안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등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5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나린히 앉아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등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5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나린히 앉아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선거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을 주도해온 바른미래당 손학규-김관영 지도부가 출범 뒤 최대 위기에 놓였다. 오신환·권은희 의원 사보임(위원 교체)에 반발해 긴급 의원총회를 요구했던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26일 김관영 원내대표를 향해 사보임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김관영 원내대표는 당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여야 합의문이 당에서 추인됨에 따라 합의사항을 이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어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두 분 의원님들에 대한 사보임 조치를 했다”며 “이 과정에서 그동안 누구보다 사법개혁 의지를 갖고 일해오신 두 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전날 김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이견을 드러낸 사개특위 소속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한 바 있다.

사보임 논란이 커지면서 패스트트랙에 반대했던 바른정당 출신 의원뿐 아니라 일부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의원들도 지도부에서 이탈했다. 원내대변인을 맡은 국민의당 출신 김수민 의원은 이날 “김관영 원내대표의 진정성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극한 대립 속에 원내대변인으로서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를 원고에 담아낼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히고 사퇴를 표명했다. 전날 “수석대변인이 당 지도부 의견과 다른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수석대변인직을 사퇴한 김삼화 의원에 이은 두번째 이탈이다. 또 바른미래당 현직 원외위원장 81명 중 49명은 이날 “현 지도부의 조건 없는 총사퇴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내 반발이 심상치 않자, 김 원내대표도 사과와 함께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 당내 선거제도 개혁과 사법제도 개혁 의지를 실천해오신 여러분들과 좀 더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시간을 벌고 당내 ‘다독이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에 바른미래당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김관영 원내대표가 강제 사보임 시킨 오신환·권은희 사개특위 위원을 원래대로 복귀시키면 불신임 추진 등 책임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애초 이날 의원총회에선 김 원내대표의 불신임 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참석자가 9명에 그치면서 재적 의원(29명) 과반을 채우지 못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패스트트랙 시도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고, 당이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한계를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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