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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14년 잠자던 ‘전자입법 시스템’, 한국당의 의안과 봉쇄가 깨웠다

등록 2019-04-28 15:24수정 2019-04-28 20:51

국회 첫 전자입법 어떻게 가능했나
2005년 도입, 실제 사용 ‘0’…의안과 직원도 “제대로 될 지”
첫 시도는 ‘시스템 에러’, 별도 프로그램 설치해 법안 발의
의원 날인은 클릭 한 번에…의안과 아닌 제3의 장소서 접수
2005년 도입됐지만 그동안 활용되지 않았던 ‘전자입법 발의 시스템’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 과정에서 처음으로 이용되면서 그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법안 발의는 각 의원실이 법안을 문서로 출력한 뒤 공동발의하려는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의안과에 직접 제출해왔다. 이후 의안과가 의안번호를 부여하면 법안은 온라인 의안정보시스템에 공개됐다. 하지만 지난 25일 자유한국당이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의안과 앞을 ‘철통 봉쇄’하면서 지금껏 익숙했던 통상의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법안을 접수할 수 없게 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과 보좌진들이 황급히 ‘대책회의’에 나섰다. 백 의원실의 권훈 보좌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백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전자입법 발의 시스템' 활용이 가능한지 알아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곧바로 의안과에 전화를 해서 전자발의가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시스템상으로는 가능한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라고 답해 첫날은 결국 인편접수를 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진입은 저지당하고, 국회 사무처 의안과 팩시밀리마저 파손당해 법안 제출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지난 26일 오전 결국 자유한국당의 의안과 봉쇄를 피해 ‘전자입법 발의’를 위한 첫 시도가 이뤄졌다. 하지만 자꾸 컴퓨터에 ‘시스템 에러’ 표시가 떴다. 전자발의를 위해서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야 하는데 처음 시도하다 보니 이를 몰랐던 것이다. 백 의원 실에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우여곡절 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 법안 발의를 마치자, 이번엔 ‘공동발의’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20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300명 의원들의 인장은 이미 전자등록이 돼 있었고, 공동발의 날인은 클릭 한 번으로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었다. 애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은 백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담긴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기로 한 만큼, 백 의원실은 이런 방법을 채이배 의원실에도 그대로 전달했다. 이렇게 법안이 제출된 시각은 정확히 26일 오후 3시7분이었다.

의안과 직원이 법안을 접수해 의안번호를 부여한 장소도 의안과 사무실이 아니었다고 한다. 의안과 봉쇄로 사무실에 들어갈 수 없었던 의안과 직원은 제3의 장소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국회 보좌진, 직원 등이 사용할 수 있는 국회 업무망은 국회 내 사무실에는 대부분 깔려있어서, 해당 직원은 다른 사무실에서 본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해 접수를 마쳤다고 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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