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뒤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4박5일 대장정을 끌어왔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 안건)은 회의실을 변경하는 숨바꼭질 끝에 가까스로 지정에 성공했다. 회의 개의부터 표결 때까지 회의장 안팎에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고성이 멈추지 않았다. 사개특위에서는 자정 직전인 밤 11시55분에, 정개특위에서는 하루를 넘긴 30일 새벽 0시33분에 표결을 통해 가결됐다. 사개특위는 한국당 의원들이 몰려가서 밤 늦게까지 어수선한 가운데 회의가 진행됐고, 정개특위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진행은 더 늦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투표장에 들어가 10여분 동안 나오지 않은 방식으로 이른바 ‘투표장 필리버스터’를 시도해 여당 의원들의 빈축을 샀다.
■ 고발 의식한 한국당, “독재 타도” 구호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이날 저녁 10시 이후부터 전체회의 시간과 장소를 바꿔가며 한국당의 저지를 뚫었다. 사개특위와 정개특위는 각각 국회 본관 220호, 445호로 회의장을 공지했다. 한국당은 의원과 보좌진 수십명을 동원해 회의장을 원천봉쇄했다.
밤 10시20분께 사개특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공지된 회의 장소인 220호로 향했다. 한국당이 가로막자 한차례 항의한 뒤 물러섰다. 같은 시각 한국당을 제외한 각 당 사개특위 소속 위원들은 본청 506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속속 모여들었다. 정개특위 위원들도 같은 방식으로 애초 회의실로 고지됐던 445호가 아닌 본청 604호 정무위원회 회의실에 모였다.
두 특위는 한국당 외 소속 위원들이 모두 입장하자 회의실을 변경했다고 공지한 뒤 한국당 소속 위원들을 입장시켰다. 밤 10시50분께 두 특위는 회의를 시작했다.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은 회의장 안팎에서 “독재 타도” 등의 구호를 크게 외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을 대표발의한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구호 소리를 이기기 위해 제안 이유를 소리치듯 읽어내려갔다. 밤 11시께 두 특위 위원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하지만 한국당 관계자들은 구호를 멈추지 않았다.
■ 바른미래당→민주당→평화당 ‘바통 터치’ 29일 국회는 종일 긴박했다. 바른미래당 역제안, 민주당 내부 격론, 마지막 열쇠를 쥔 민주평화당 의총 등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삐걱거리면 모든 게 무위로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더는 시간을 끌 수 없다는 절박감이 모두를 강하게 짓눌렀고, 극적 합의의 바탕이 됐다.
시작은 바른미래당의 ‘깜짝 제안’이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표결을 시도하는 조건으로 별도의 공수처 법안을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태울 것을 제안했다. 민주평화당은 합의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원총회,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고 바른미래당 요구를 집중 토의했다. 결국 오후 4시40분께 바른미래당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오후 5시부터 여야 4당 원내대표가 만났고, 이 자리에서 민주평화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 패스트트랙의 운명이 걸린 평화당 의총은 밤 9시에 열렸다.
평화당 의총이 열리던 시각 사개특위·정개특위 전체회의도 각각 밤 10시, 10시30분에 소집돼 평화당 의총 결과에 대비했다. 결국 평화당 의총에서 ‘바른미래당 요구를 받아들여 패스트트랙을 진행한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패스트트랙은 마지막 단계인 위원회 표결로 접어들었다. 김원철 김미나 서영지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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